[현장에서] 2011년 대구 세계육상 성패는 우수 코치 확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일본 경보 심판들이 정신이 나갔다. 한 대회에 두 번씩이나 비슷한 실수를 했다.

지난달 31일 여자 경보 20km에서 선두그룹이 잘못된 유도 신호를 따라 한 바퀴를 덜 돈 채 운동장을 빠져나가다 다시 돌아왔다. 1일 남자 50km 경보에선 야마자키(일본)가 2km 순환도로를 한 바퀴 덜 돌고 운동장으로 들어왔다가 실격 처리됐다.

박정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는 "2011년 대구 대회는 오사카와 다를 것이다. 멋지게 치러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를 훌륭히 치러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구 세계 육상의 개최 능력에 대해 의심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력이다. 이번 개최국인 일본은 마지막 날까지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하자 안절부절못했다. 지금까지 개최국이 노메달이었던 예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종일 여자 마라톤에서 동메달을 건져 겨우 체면치레를 했지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4년 후 대구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금메달은 어렵다. 결승에서 뛰는 선수들이 서너 명 이상 되고, 동메달이라도 하나 따주면 금상첨화다. 세단뛰기도 좋고 포환도 좋다. 전통적 강세 종목인 800m.1500m.마라톤이라면 더 좋다.

그래야 자발적으로 관중이 들어오고, 또 신이 나서 응원을 할 게 아닌가. 아무리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 선수가 뛰지 않는데 밤 늦게까지 경기장에 남아 있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대표 선수 중 대구까지 뛸 선수는 누구이고, 버리고 갈 선수는 누군지 서둘러 결정해야 한다. 특히 코치진을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육상연맹의 고위 간부는 "국내 코치 중 쓸 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까지 말한다. 해외의 유능한 코치를 초빙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선수를 내보내서라도 배우게 해야 한다.

임춘애.황영조 같은 깜짝 스타가 나타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우수 지도자부터 확보하는 게 급선무다.

오사카=신동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