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돌아, 잠 좀 자라" 겨울잠 안자 추적팀 고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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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돌아, 장군아, 아직도 안 자니?"

한파와 폭설로 지리산 반달곰들에게도 진정한 겨울이 찾아오나 싶었지만 대답은 "이 정도로는 아직"이다.

25일 국립공원관리공단 반달가슴곰 관리팀에 따르면 해발 1천4백m 지점에 동면 굴을 마련해둔 장군이가 아직도 활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활동을 점점 줄이고는 있지만 날씨가 좋으면 다시 굴에서 나와 움직인다는 것. 겨울잠은 한곳에서 3개월 가까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을 말한다. 지금의 장군이는 장마 등 악천후로 굴속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한상훈 팀장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긴 했지만 일시적 현상이라 살찐 반달곰들이 활동하기에는 무리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따뜻한 겨울이 계속되면 곰들이 동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발신기 교체를 위해 붙잡혔다가 밤새 우리에 굴을 파고 탈출한 반돌이도 마련해둔 동면 굴 부근을 맴돌다가 최근 종적을 감췄다. 이 때문에 겨울잠에서 깨어난 반돌이를 잡는다는 계획도 무산됐다.

3개월째 반돌이를 수색 중인 반달가슴곰 관리팀에는 어느 때보다 힘든 겨울이다. 일주일에 하루 쉬고, 주중 내내 산속을 헤맨다. 하루 평균 10km 이상의 강행군이다. 젊은 사람도 무릎에 무리를 느끼는 거리다. 등산화가 닳아 3개월마다 새것을 장만해야 할 정도다. 결국 대원 두명이 최근 사표를 냈다. 이로써 팀원은 17명으로 줄었다.

대원들은 설연휴를 전.후반으로 나누어 오랜만에 3일씩 쉬었다. 한상훈 팀장은 40일 만에 가족을 만나기도 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반달가슴곰 복원을 위해 2001년 9월 발족한 관리팀은 동물생태학 석.박사 학위 소지자와 지리산 토박이 출신으로 구성돼 있다.

환경부는 일단 반돌이.장군이를 시범 케이스로 관찰 중이며 올해 안에 러시아 반달곰 6마리를 지리산에 방사할 예정이다. 2011년까지는 반달가슴곰을 50마리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매년 북한.러시아.중국에서 반달가슴곰을 수입해 적응훈련을 시킨 뒤 지리산에 풀어놓을 계획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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