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차이나 + 1'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통계는 선택일 수 있다. 어떤 통계를 골라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같은 숫자를 놓고도 판이한 결론이 나온다.

요즘 중국의 경제통계가 그런 사례다. 국제적으로도 해석이 분분하다.

발단은 중국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외국인 직접투자(FDI) 동향이다. 2003년 1~11월의 FDI(실행액)는 4백72억달러였다. 전체적으론 전년보다 0.2% 늘었다. 하지만 월별로 따지면 다른 그림이 나온다. 5월까지는 순풍에 돛 단 듯 투자가 몰려들었지만 하반기부터 급제동이 걸렸다. 11월엔 무려 40% 가까이 줄어들었다. 엔진의 출력이 확 떨어진 셈이다.

지난해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사스) 탓이라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사스가 기승을 부릴 때 '차이나 플러스 원'이라는 말까지 나온 터다. 중국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투자대상을 중국 외에 한 곳쯤 더 두는 게 좋다는 뜻이다. 동남아 국가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반대의 시각에선 이를 일시적인 출력저하로 넘긴다. 아직 중국이 세계 최대의 FDI 유치국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또 얼마 전 중국 정부는 올해 7%의 경제성장이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투자.수출.소비 모두 호조라는 것이다.

우리도 중국 경제를 낙관하는 쪽이다. 대중(對中) 투자 증가율만으론 국제적으로 선두권이다. 성큼성큼 뻗어가는 중국 경제의 기세를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다. 중국과 뭔가 엮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바심마저 나온다.

그러나 또 다른 통계를 보면 낙관으로만 기울기도 어렵다. 중국의 컬러TV 생산능력은 연간 8천6백만대가 넘는다. 이에 비해 수요는 절반도 안 되는 3천만대 정도라고 한다. 휴대전화는 어떤가. 지난해 1억8천만개가 생산돼 2천만개가 팔다 남았다는 통계도 있다. 재고가 쌓여도 지금까지는 수출이 괜찮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컬러TV.섬유제품 등에서 슬슬 무역마찰이 일고 있다.

물론 중국엔 삐딱해 보일 법한 통계들이다. 반면 투자자들에겐 중국 경제를 냉정하게 뜯어보는 잣대도 된다. 이미 일본 기업들 사이에선 중국 투자를 검토할 때 언론에 현혹되지 말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를 장밋빛으로만 전하는 기사에.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