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한·일 남녀의 소꿉장난 같은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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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의 사랑 이야기. 세번째 제작된 한.일 합작 드라마다.

MBC와 일본 후지TV는 오는 30일 밤 9시55분 'Star's Echo-별의 소리' 2부작을 두 나라에서 동시에 방영한다. MBC가 대본과 연출을 주로 담당하고, 후지TV는 일본 정서에 맞게 손봐야 할 부분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남자 주인공 성재 역은 조현재(사진(右))가 여자 주인공 미사키 역은 나카고시 노리코(中越典子)가 맡았다. 한.일 합작 드라마는 2001년 '프렌즈', 2002년 '소나기, 비 갠 오후' 이후 이번이 세번째지만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의 사랑이라는 기본 설정은 변하지 않았다.

미사키는 제주도에 놀러왔다 운전미숙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남자친구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다. 미사키와 성재는 그 전에 우연히 길에서 부딪힌 인연으로 얼굴을 익힌 사이. 미사키는 한국 지사로 발령받아 서울에 온 뒤 성재를 다시 만난다. 성재는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방황하던 중 미사키에게 동병상련의 정을 느낀다. 둘은 급속히 가까워지고 결국 사랑에 빠진다.

박종 MBC 드라마국장은 "일본 남자와 한국 여자의 사랑은 아직까지 한국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남녀 주인공의 국적뿐 아니라 인물 성격이나 스토리 전개도 평면적이고 재미가 덜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드라마 연출을 맡은 김남원 책임PD는 "드라마는 갈등 구조가 기본이 돼야 하는 데 소꿉장난 같은 사랑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제작진은 다시 합작 드라마를 만들 경우 이번에 빚어진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MBC는 합작 드라마 백서를 펴내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되짚어볼 계획이다.

김 책임PD는 "이런 식으로는 무의미하다는 데 양측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다음에는 재일동포 문제처럼 민감하지만 묵직한 주제를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측 기획자인 나카지마 구미코(中島久美子)는 이번 제작과정에 대해 "일본은 대본이 나오기 전에 촬영을 시작하거나 다음 스케줄이 정해지기 전에 움직이는 일이 없는데 한국은 다르더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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