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산다>시리즈를 마치면서-자연은 현대인의 고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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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시리즈『자연에 산다-脫도시인의 新귀거래사』를 기획하고 취재했던 지난 겨울은 뿌듯했다.
이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난감했던 기억이 뿌듯함으로 바뀐 것은물론 기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독자들의 높은 熱讀率때문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연에…』를 시작하면서 기자는 과연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까 자문하면서 솔직히 자신이 서지 않았었다.
기사거리가 상대적으로 곤궁한 겨울의 지면을 메워나갈 타개책으로 시작된 기획이 혹 열심히 일하는 도시독자들을 들쑤셔 대책없이 보따리를 싸도록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걱정도 됐다.
그러나 기득권을 마다한채 낙향하는 도시의 지식층이 늘어간다는추세를 알리는 것만도 신문이 해야 할 일중의 하나라는 위안속에시작된 이 시리즈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놀라웠다.
얼마나 많은 도시인들이 도시탈출을 꿈꾸고 있는지 그 욕구는 상상을 초월할만큼 강렬했다.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책을 보내주고 시리즈를 스크랩하기위해 찾아오는 사람,책으로의 출판을 의뢰하고 좋은 소재거리를 제보해주는 독자,전국을 누볐던 취재기자의 어려움을 격려하는 독자들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독자들의 끊임없는 제보덕분에 이 시리즈가 비교적 신선한 소재들로 마감될 수 있었고 아직 남겨진 제보들은 다음기회를 잡아 소개할 것임을 아울러 밝혀둔다.
물론 칭찬만 들었던 것은 아니다.애초 우려했던대로「비생산적 은둔의 삶」을 소개한 일부기사에는 따끔한 충고도 뒤따랐다.
공통적으로 얼굴에 맑은 기운이 감도는「자연의 사람」들은 기자에게 자신의 경험으로,눈빛으로 이렇게 말하려는 듯했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요즘 제2의 삶을 잘 선택하면 오히려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멋지게 살아낼 수 있다는 것,그래서 정년은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삶의 질은 어디서 무얼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임하느 냐에 달려있다는 이치들을….
아직 출세지향적 도시의 삶이 여타의 것에 비해 우월하다는 획일적 사고로 인해 스스로 부대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선험적으로 자연을 살다간 한 先代「자연인」(헨리 데이빗 소로.『월든』의 저자.미국인)의 글귀를 들려주고싶다고 한독자가 보 내왔다.
『어떤 사람이 자기의 또래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아마 그가 그들과는 다른 鼓手의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이 듣는 음악에 맞춰 걸어가도록 내버려두라.그 북소리의 음률이 어떻든,또 그 소리 가 얼마나 먼곳에서 들리든.그가 꼭 사과나무나 떡갈나무와 같은 속도로 성숙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그가 남과 보조를 맞추기위해 자신의 봄을 왜 여름으로 바꾸어야 한단 말인가….』 기자가 시리즈를 취재하면서 새삼 깨달은 것도 바로 그것이다.
〈高惠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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