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창>"아버지의 이름으로" 국가권력의 폭력성 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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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짐 셰리던감독의『아버지의 이름으로』는 편견에 의해 국가권력의제물이 된 한 사나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74년 영국런던 교외에서 벌어진 폭탄테러 사건이 무대.범인으로 몰려 무고하게 15년간을 감방에서 지내야 했던 제리 콘 론의 실화를 영화로 만든 이 작품은 자칫 언제든지「공인된 폭력집단」으로 전락할수 있는 사법조직의 맹점을 한 사나이의 자유를 향한 투쟁을 통해 설득력있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74년 당시 벨파스트가 놓여있는 정치적 상황과 주인공제리(대니얼 데이 루이스 扮)가 처한 입장을 스피디하게 보여주면서 시작된다.이 도시의 뒷골목을 헤집고 다니는 제리가 좀도둑질을 하는 바람에 영국군과 마을주민간 충돌이 일 어난다.그는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에 동정적인 가톨릭계들의 거주지역에 살고 있지만 말썽이나 부리는 젊은이로 찍혀 그의 가족들에게도 골치아픈 존재다.그의 아버지 주세페(피트 포스틀 웨이트 扮)는제리에게 잠시 사태가 진정될 동안 런던에 가있으라고 타이른다.
제리가 런던에서 헤매고 있는 동안에 문제의 폭탄테러가 발생하고 아일랜드 출신인데다 불량끼 있는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인으로 지목받는다.
그러나 불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그를 구하려고 벨파스트에서 온 아버지도 폭탄제조혐의로 체포되고 만다.영화는 이 대목에서부터 사이가 좋지않았던 그와 아버지가 상호이해에 이르는 과정으로 초점을 옮긴다.
짐 셰리던은 결코 흥분하지 않으면서 대단히 정통적으로 문제에접근한다.이미『나의 왼발』에서 보여주었듯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들에 대한 그의 분노는 충분히 납득할만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의「건전한 휴머니즘」은 이 영화를 대단히 지루한 작품으로 만든다.특히 심리드라마로 전환되는 후반부의 느린 전개는 전반부의 박진감에 비할때 영 실망스럽다.뻔히 아는 얘기를 어쩔수없이 들어야 할때의 곤혹스러움을 관객 에게 안겨주는 것이다.
그는 치열한 투쟁의 현장에서 소재를 따오긴 했으나 결국 다분히 가족사적 차원의 문제로 환원시켜 버리고 만다.아일랜드 독립투쟁이란 긴박한 문제에 명확한 관점을 제시할 수 없었던,혹은 하고싶지 않았던 그로서는 이것이 아마도 최선이었을 것이다.
〈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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