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등교 36년 만에 수업시간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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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 초등학교가 36년 만에 수업 시간을 늘리는 교육과정 개편 작업에 나섰다. 중학교도 10%가량(연간 200시간) 수업을 늘릴 방침이다.

일 문부과학성은 31일 주요 5개 교과의 수업시간을 10% 늘리고 고학년(4~6학년)에게 영어수업을 주 1시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중앙교육심의회에 제출했다. 학습지도요강 수정작업을 추진 중인 중앙교육심의회도 이를 수용할 방침이어서 2011년께 새 교육과정이 시행될 전망이다.

초등학교에서 수업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1971년 이후 처음이다. 이는 사실상 그동안의 '유도리(여유) 교육'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문부성 안에 따르면 초등학교 6년간의 수업시간은 현행 4025시간에서 4235시간으로 증가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에 영어활동을 신설하는 데 대해선 그동안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문부과학상이 "아름다운 일본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면서 외국 언어를 해봐야 소용없다"는 부정적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러나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의 교육 격차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국제화 시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여론이 고조되자 이부키 문부과학상도 최근 "외국 분위기나 언어에 접하는 것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며 물러났다.

수업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아침 자습시간 활용 ▶45분으로 돼 있는 1교시 시간을 단축 ▶여름방학 단축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문부과학성은 국어.산수.사회.이과.체육 등 5개 주요 과목의 학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수업의 '양'으로 이를 메워나간다는 방침이다.

문부과학성은 중학교도 국어.사회.수학.이과.외국어.보건체육 등 6개 과목의 수업시간을 늘리는 한편 그동안 이뤄져 온 '종합학습'은 줄이는 방향으로 조율하기로 했다. 저학년의 경우 주 2시간, 중.고학년은 주 1시간 늘리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

◆한국에선=한국 초등학생들이 현재 6년간 배우는 전체 수업시간은 총 5692시간(1시간은 40분 기준)이다. 1교시가 45분인 일본과 비교할 경우 한국의 초등학교 수업시간이 일본보다 길다. 지난해부터 주 5일 수업이 월 2회 실시되면서 3~6학년은 각각 34시간(1시간은 40분 기준)씩 줄어들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주5일 수업이 확대되면서 주당 수업 시간이 줄어들어 학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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