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정국 “U턴”… 야서 공세강화/김 농수산 해임촉구로 여야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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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도덕성·협상력 부재 묶어 총공세/민주/정부노력은 인정… 성과홍보 주력/민자
우루과이라운드(UR) 문제가 봄 정국을 점차 뜨겁게 달구고 있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협상결과 드러난 농산물의 추가개방에 야당이 극력 반발하고 강도높은 공세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상임위 소집부터 말을 몇차례 뒤집은 정부의 부도덕성에 대한 공격,재야와 연대한 비준반대 장외투쟁까지 계획하고 있다.
야당의 공격에 민자당은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로선 대통령의 외교성과까지 한입에 희석시켜 버릴지도 모른다는 조바심까지 겹쳐 이래저래 난감한 모습이다.
○장외투쟁 생각도
○…민주당은 대여공세의 고삐를 단단히 웅켜잡고 있다. 정부의 UR관련 말바꿈에 쏟아지는 비판여론으로 정국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 핵문제의 어정쩡한 처리에이어지는 정부의 「실정」으로 부각시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청와대 여야 영수회담의 푸대접에 쌓인 불만까지 한몫 거들어 목청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28일 최고위원 회의에선 재야의 UR 비준반대 장외투쟁 적극 참여와 김양배 농림수산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결정하는 등 지난주보다 강도가 훨씬 강해졌다.
농산물 추가개방은 없다고 호언장담하던 정부의 태도 「표변」이 민주당의 일차 공격목표다.
국회 농림수산위가 소집될 경우 정부의 부도덕성·부정직성과 정책혼선을 집중적으로 따질 작정이다.
물론 정부의 협상력 부재와 미국압력에 굴복하게 된 경위도 물고 늘어질 참이다.
또 농산물의 추가개방은 없다고 했던 당초의 약속을 어긴데 대한 대통령과 총리의 대국민사과도 요구했다.
쌀시장을 개방할 때와 마찬가지다. 추가개방은 쌀개방에 이어 또한번 농심을 뒤흔들어놓은 사건으로 당연히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박지원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에서 UR문제 등을 들며 『계속되는 문제들로 정국은 암울하며 민자당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럴때 민주당이 착실히 정국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UR협약의 국회비준에 대해 민주당은 결코 응할 수 없으며 농산물 추가개방으로 단호한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올해말까지 마쳐야 하는 국회비준 문제는 정치적으로 또다른 중요성을 갖고 있다. 내년이면 단체장선거 등 4개 지방선거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으로선 그때까지 UR의 불씨를 이어가려는 생각이 없을 수 없다. 쌀개방 반대때의 서울역집회와 같이 연합 장외투쟁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절차잘못” 돌려
○…민자당은 협상자체의 정부 노력을 평가해주고 있으나 국내의 처리절차를 문제로 삼고 있다. 즉 더 얻어내려다 못얻어낸 것이 이번 협상에서 아쉬운 점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협상노력이 국민들에게 충분히 홍보되지 않아 사태가 커졌다는 지적인 것이다. 때문에 민자당은 정부측이 협상내용과 경위 등을 일단 명백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야당의 농림수산위 소집요구에도 긍정적인 태도다.
거기서 협상성과의 대국민홍보도 정부와 함께 벌여나갈 생각이다.
하지만 야당에서 요구하는 대통령의 사과나 해임건의 등은 응할 수 없다는 자세다.
또 민주당이 장외로 나가 재야와 연대투쟁을 벌일 경우 적극 대처해나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때문에 재야의 UR 비준반대가 본격화되는 4월의 봄정국은 더욱 가팔라질게 틀림없다.<박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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