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한은 '환율방어'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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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외환시장을 다루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원화 환율 방어를 놓고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환(換)투기를 막으려면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게 외환정책 당국인 재정경제부의 입장이고, 외환시장 관리자인 한국은행은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재경부와 한은은 최근 원화 화폐의 디노미네이션(액면절하) 문제를 놓고도 특유의 '현실론'과 '원칙론'으로 대립한 바 있다.

재경부의 외환시장 개입론에는 내수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원값을 안정시켜 수출과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어 이런 정책 방향이 올바른지에 대해서도 논란을 빚고 있다.

재경부는 환투기 진정을 위해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이달 중순부터 국내 금융기관들이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 달러를 사고 파는 것을 제한했다. 이어 오는 28일 1조원 규모의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를 발행한다. 올해 이런 국고채를 모두 7조8천억원어치 발행할 계획이다.

이달 안에 외환시장 관리를 위한 국고채 발행 잔액이 30조원을 웃돌게 된다.

재경부의 권태신 국제업무정책관은 "원-달러 환율을 떨어뜨려 환차익을 보려는 투기세력에 대응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이런 이유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나라는 많다"고 말했다. 재경부가 이런 강수를 둔 것은 올 들어 국제 환투기 세력이 NDF 시장에서 하루 10억달러 이상의 달러화를 내다 팔면서 원-달러 환율을 일부러 끌어내리는 것으로 판단한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박승(朴昇)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민간 경제연구소장과 학계 인사들을 초청해 마련한 월례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수출이 잘 되는데 외환시장에 너무 개입하는 것은 시장기능을 왜곡하고 거래를 위축시키는 한편 각종 대외협상에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금융연구원 등 주요 민간연구소들이 올해 달러당 적정 원화 환율을 1천1백10~1천1백50원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하면 현재의 원값(1천1백80원대)은 정부의 개입으로 너무 싸게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홍승일.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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