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축구, 모로코에 역전패 준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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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약이 된 패배.

도요타컵 23세 이하 친선축구대회 결승전(카타르 도하)에서 모로코에 격침당한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에 들어맞는 말이다.

24일 새벽(한국시간) 치러진 경기에서 한국은 1-3으로 져 준우승에 그쳤다. 전반 23분 최태욱(안양 LG)의 선제골로 기분좋게 출발했다가 전반 막판 김두현(수원 삼성)이 퇴장당한 뒤 후반에 내리 세골을 내주며 완패했다.

아테네 올림픽 예선 및 본선 준비과정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팀은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들을 재확인한 계기도 됐다.

가장 큰 성공은 골 결정력 빈곤에서 벗어난 일이다. 공격라인이 색깔을 찾으면서다. 그간 올림픽팀은 공격라인에 10여명의 후보를 놓고 여러 가지 조합을 테스트해왔다. 그러다 이번 대회에서 '최성국(울산 현대)-조재진(수원)-최태욱' 삼각편대의 위력을 확인했다. 세 선수는 이 대회 한국의 11골(다섯경기) 가운데 9골을 합작했다. 그간 측면 미드필더 내지 윙백으로 기용됐던 최태욱은 공격수로 자리바꿈하면서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고 예리한 득점 감각을 되찾았다. 최성국도 혼자 해결하려는 버릇을 버리고 팀 플레이에 집중해 활력의 핵이 됐다.

반면 수비 조직력 부족은 우선과제로 다시 확인됐다. 주전수비수 박용호(안양)와 조성환(수원)의 부상 결장을 감안하더라도 미드필더진과 수비라인의 협력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다. 그래서 상대의 역습에 쉽게 무너지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특히 모로코와의 결승전에서는 수비수가 때로는 중앙으로 몰려 측면 공간을 허용하고, 때로는 측면으로 몰려 중앙을 비워두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에 임하는 심리적 측면의 중요성도 특히 이날 부각됐다. 쓸데없는 반칙 하나가 경고나 퇴장으로 바로 이어지면서 승부와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김두현의 퇴장은 우리 팀의 결정적 패인이 됐다. 선수 한 명이 부족한 물리적 열세뿐이 아니었다. 선수들의 심리적 동요, 그리고 그에 따른 불필요한 흥분이 플레이에 그대로 나타났다.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과 상대의 신경전에 말려 우리 팀의 페이스를 잃은 셈이다.

올림픽 예선의 절반과 본선을 외국에서 치르게 될 올림픽팀으로서는 편파판정이나 상대의 지능적인 반칙에도 불구하고 냉철하게 예정된 플레이를 하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은 대회였다.

올림픽팀은 25일 귀국과 함께 해산했다가 다음달 16일 재소집돼 한.일전(21일.오사카) 준비에 들어간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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