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현대미술 40년의 얼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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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해방이후부터 여러 굴곡을 거쳐 오늘에까지 이른 우리 현대미술의 모습을 인물중심으로 선정해 보여주는 대담한 전시회.현역으로활동중인 작가 20명을 선정,구작과 신작을 나란히 걸어 소개하는「현대미술 40년의 얼굴전」은 미술전문지『월간 미술』이 창간5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전시회다.
앵포르멜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우리 현대미술의 통사적 흐름을보여주는 이 전시회는 특히 인맥과 선후배관계가 분명한 미술계에서 다양한 장르와 경향으로 갈래지어간 현대미술을 인물중심으로 압축,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한국화에 초대된 작가는 權寧禹.徐世鈺.李鍾祥.宋秀南.李淑子.
黃昌培.金謹中.金善斗씨등 8명이다.서양화쪽은 이보다 4명 많은朴栖甫.黃用燁.尹明老.石蘭姬.姜連均.李康昭.申鶴澈.洪貞熹.韓萬榮.林玉相.曺德鉉.陸根丙씨등 12명.대부분 지난 40년간 현대회화에 새로운 흐름이 등장할 때마다 화제의 인물로 손꼽혔던 사람들이다.
이 전시회는 한국화.서양화의 비율.출신학교.연령층 분포등에서자로 잰듯이 균형을 맞추고 있어 화단 한편에서는「한국화단의 축소판」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전시는 한국현대회화의 한가지 주요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한국화와 서양화라는 그간의 분류방식을 떠나 근래들어 한국화와서양화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상호성의 관계속에 놓여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화쪽에서 이뤄지는 추상작업들,예컨대 이종상.송수남.황창배씨등의 작업들이 서양화의 박서보.윤명로.이강소씨의 작업과 비슷한 이미지로 다가온다는 점이 그것이다.
객관적 형상묘사를 밀쳐버린 이들의 작업은 한국화 쪽에서는 뜻을 그린다는 寫意라는 말로,서양화에서는「작가의 의식에 치중한다」는 말로 설명되지만 자유분방한 의식의 흐름을 따르면서 구체적으로는 드로잉적 느낌이 강한 선의 강조로 나타난다 는데서 일치점을 찾을수 있다.
이외에 출품작가들의 구작과 신작에 나타나는 변화는 40년에 걸친 현대미술의 흐름을 읽게하는 또 하나의 요소라는 점에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현대미술 40년의 얼굴전」은 당초예정과 달리 4월15일까지 연장전시될 예정이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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