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지킨다>태극권-재한중국인 왕학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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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왕쉐미이(王學美.30)씨는 태극권에 심취한 중국 여성이다.
天津中醫학교에서 우리의 韓醫에 해당하는 학부과정 8년,北京의대에서 洋醫박사과정 3년을 마쳐 도합 11년간 의학을 전공한 中西醫가 그녀의 직업이다.중서의란 양방과 한방을 결합한 중국고유의 의료제도로 중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의사를 일컫는다하니그녀는 엘리트여성인 셈이다.
그러나 무술과는 전혀 어울리지않을듯 보이는 가냘픈 이 엘리트여성의 느릿느릿한 태극권 전개동작에선 문외한도 쉽게 氣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다.
『태극권은 단순한 무술이 아니라 건강을 위한 養生法입니다.』명나라때부터 유래됐다는 태극권은 24개동작과 48개동작의 2가지 招式이 있다.전문가용 48개동작은 한번씩 포즈를 잡는데만도80분이 넘게 걸린다.
『태극권은 호흡을 담당하는 횡격막의 상하움직임을 정상인보다 4㎝가량이나 크게 해줍니다.이때문에 복강부피가 1천㏄정도 늘어나지요.』 복강이 커지므로 내장운동이 원활해지고 노인들에게 많은 소화불량증세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王씨가 강조하는 태극권의 의학적 설명이다.
심호흡의 반복과 관절을 움직이지 않은채 근육에 힘을 넣는 요령이 태극권이 일반 무술과 다른 점이다.
얼핏 보기엔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느려보여 아무런 운동이 되지 않을 것 같으나 정지한 동작마다 근육과 관절에 절도있게 힘이 들어가야 하므로 초보자에겐 어려운 운동이라는 것.
이처럼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운동이 되는 원리는 等尺性운동으로설명된다.
즉 팔을 굽힌채 팔굽혀펴기의 한 동작을 가만히 취하고있는 것은 겉으로 볼 땐 아무 움직임이 없고 근육의 길이가 일정해 보여도(等尺) 팔근육에 계속 무게가 실리 므로 훌륭한 운동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등척성운동이 좋은 점은 관절움직임이 불필요하므로 관절염을 앓는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특히 과격한 동작이 관절에 부담이 되는 노인들에겐 사지 각 부위로의 혈액순환을 돕고 관절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효과까지 있어 매우 좋다는 것. 중국대사관직원으로 있는 남편을 따라 1년전 한국에 왔다는王씨는 현재 이화여대 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우느라 열심이다.
『한국분들,건강에 관심이 매우 많아요.그러나 약을 복용하거나운동을 하더라도 당장 효과를 보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식으로 너무 서두르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사의 입장에서 한국인의 건강생활에 대해 조심스레 내려본 그녀의 진단이다.
〈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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