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아, 울지마 나랑 같이 놀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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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21면

웃는 가면을 머리 위로 젖힌 인형 얼굴이 무표정하게 굳어 있다. 꽃무늬 리본까지 곱게 두른 이 아이는 왜 텅 빈 눈빛일까. 유진영씨의 ‘눈물방’ 전시작을 보노라면 내 아이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된다. 혹시 내게 말 못하는 분노·슬픔을 안고 있는 건 아닐까. 혹은 무표정한 아이 얼굴에 활짝 피어나는 웃음을 불러올 순 없을까.

디자인과 미술의 접목을 통해 어린이의 감정을 보다 풍요롭게 일깨워주는 전시회가 선보인다. ‘I design’전은 디자이너·미술가·어린이교육전문가와 출판계·건축·연극 종사자들이 함께 기획한 복합 문화예술 행사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감정에 다가가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다”는 게 기획 의도다. 그림책 작가 이기섭씨, 친환경 생태건축가 강용상씨, 영상 디자이너 방기호씨-섬유예술 디자이너 유지현씨 부부와 판지 스튜디오 등 내로라하는 작가 집단이 대거 참여했다.

'불끈이’, 디자인그룹 AGI 아지북스

이번 전시의 핵심은 기쁨·슬픔·사랑·분노·평안 등을 시각화한 다섯 빛깔 감정방. 아이들이 가장 쉽게 느끼는 기쁨과 슬픔을 표현한 웃음방(옐로)과 눈물방(브라운), 억누르지 못하는 분노를 다룬 불끈방(딥레드), 엄마의 품처럼 편안한 사랑방(핑크), 치유와 나음의 근원이 되는 포옹방(그린)이 그것이다. 영상·소리·오브제·컬러테라피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한 디자인이 다채로운 감정을 담아냈다. 엄마와 아이 눈높이에 맞춰진 전시품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고리 역할을 한다. 마음문의 열쇠를 손에 쥐고 미로 속에서 숨은 감정을 찾아내는 주제전시관 ‘숨은 마음 찾기’는 체험 관람의 좋은 장이다.

전시에 곁들이는 워크숍도 관심을 끈다. 창작극단 ‘뛰다’, 미술치유 전문집단 ‘아트깸’, ‘아름다운 감정학교’의 고무신 선생이 개최하는 워크숍은 유치부와 초등부가 따로 진행된다.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감정 디자인’ 등 4회에 걸친 무료 강연회도 마련된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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