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북핵입장/“특사교환 조건 철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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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괄타결로 돌파구 찾아야/몇번 있었던 “불바다” 발언 이번만 공개배경 의심/좌경으로 몰릴까 안보법 개정 얘기도 못꺼낼판
민주당은 핵문제를 둘러싸고 당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연일 회의를 열고 있다.
민주당은 당내 구성처럼 다양한 의견을 안고 있다. 그러나 전쟁만은 절대 안되고,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데는 목소리를 같이하고 있다. 다만 협상기술상 지금 어느 정도의 목소리를 내야 하느냐에 조금씩 다른 의견이 있을 뿐이다.
민주당은 이런 사태에 이른 가장 큰 원인이 정부의 핵정책이 오락가락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는 일괄타결 방식이었다가 특사교환 조건을 들고 나왔다. 또 『이념보다 민족이 우선』이라고 했다가 『핵가진 자와는 악수할 수 없다』고 하고,다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정상회담을 하자』고 했다가 강경으로 돌아서는 등 종잡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경협도 연계와 분리를 오락가락했다는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두가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이 불완전하다는 것과 남북대화 결렬이다.
민주당의 주장은 IAEA 사찰은 이미 2곳의 미신고시설과 핵연료봉 표본채취가 배제된 제한사찰로 합의했는데 미국측이 뒤늦게 이를 문제삼고 있다는 것이다. 방미중이던 한승주 외무장관도 연료봉은 사찰대상이 아니라고 분명히 밝혔다(2월18일).
따라서 북한은 자신들의 약속을 이행하고도 미국이 IAEA에서 문제삼는다면 아예 NPT를 탈퇴하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NPT를 탈퇴하면 사찰을 받아야 할 의무가 없어진다.
민주당은 이의 해결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확인 및 보장과 미국·일본과 관계를 개선케 하는 것 등을 일괄 타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핵문제 해결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특사교환을 전제조건으로 하지 말고,병행추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북한이 남북대화를 깨고 나온 것도 그런 불만의 표출이라고 보고 있다. 아·태재단의 김대중이사장도 북한이 실무회담을 깬 것이 『사전에 계획도 도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한국과의 대화창구를 막고,미국하고만 대화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서울 불바다…」 발언이 공개된 배경을 의심하기도 한다. 통상 남북간에는 『대화를 그만하자』는 말은 못하고,상대방을 자극함으로써 대화를 끊는데 공개하지 않기로 돼있는 발언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의원은 『알아보니 이미 이전에도 몇차례 그런 발언이 있었는데 이번에만 유독 공개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측 발언이 나오기 무섭게 패트리어트미사일이 들어오는 것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임시국회에서 본격 거론하려던 국가보안법 개정이 어렵게 됐다. 이제 국가보안법 얘기를 꺼내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보수적인 여론의 파도 때문에 지금 그런 얘기를 꺼냈다가는 좌경으로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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