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모그 디젤.공장매연이 주범 KIST서 측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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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거리를 두세시간만 쏘다녀도 와이셔츠 칼라가 새까매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코를 풀어도 시꺼먼 가루 같은 것이 묻어나올만큼 시민들의 체감공해는 심각한 상황에 와있다.
매연과 안개의 범벅탕(?)같은 서울의 대기.이를 두고 일부에선「겨울-런던型,여름-LA型」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근거가취약한 실정이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년 사이 계속 악화돼온 서울의 스모그는 런던형도,LA형도 아닌「서울型」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을끌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文吉周박사(환경연구센터장)팀은 최근 2년여에 걸친 연구를 통해 서울의 스모그가▲원소 탄소▲인근지역으로부터의 미세분진 유입▲수분의 영향등이 크게 작용해 발생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아황산계열의 가스가 스모그의 주범인 런던형이나 질화물이 주요 원인물질이었던 LA형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文박사팀은 지난해 3,4,8월의 일정 기간동안 KIST내 특정 장소에 스모그 측정장비를 설치해 각종 부유분진등의 농도.빛가림 효과등을 실측했다.
이 결과 빛을 차단하는 다양한 원인 물질중 원소 탄소의 비율이 심할땐 40%에 이를 정도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들 원소 탄소는 주로 디젤엔진과 공사장.공장등의 배연인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 인근,즉 경인지역.안양.수원등지로부터 바람을 타고 유입되는 공해물질들 역시 서울시내에서 스모그 현상을 일으키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서울의 스모그를 야기시키는 주성분이 오래된 입자라는 사실로부터 추론 된 것이다.
文박사는『이들 오래된 입자들은 원래 수도권의 공장지역에서 배출된 각종 1차오염물질이었으나 시간을 두고 서울로 유입되면서 광화학 반응등을 일으키며 변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서울형 스모그의 또다른 특징은 수분이 많이 함유돼 촉촉하다는것이다.이번 연구 결과 수분으로 인한 빛의 차단은 15~20%선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한강유역 정비사업등으로 물의 증발이 많고 서울시민들의 용수 사용량등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文박사팀의 이같은 연구 결과는 그간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서울등 우리나라 대도시의 스모그 현상을 규명하는데 큰 도움이 될것으로 보인다.
환경당국은 지난 수년간 자동차 배기가스중의 오존이 크게 증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모그가 빈발,이같은 현상을 해명하는데진땀을 흘려왔었다.
〈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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