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배형규 목사, 심성민씨 가족들 "고인 희생 헛되지 않아 … 남은 인질 돌아와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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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봉사단원 19명의 생환 소식에 고(故)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 가족들은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며 기쁨을 표시했다. 그러나 함께 돌아오지 못한 고인들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감추지는 못했다.

배 목사의 부인 김희연(36)씨와 함께 배 목사의 집에 머물고 있는 김씨의 언니 진미씨는 28일 탈레반이 피랍자들을 석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정말 고대하던 소식이다. 남은 인질 모두 무사히 풀려난다니 감사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배 목사의 가족들은 배 목사가 지난달 19일 살해된 이후에도 나머지 피랍자들의 석방을 간절히 소망해 왔다. 진미씨는 동생을 대신해 "가족 모두 봉사대원들의 인솔자였던 배 목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이제 고인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봉사단 19명의 생환이 결정되자 배 목사의 유족들은 한 달 넘게 미뤄 왔던 장례 절차도 밟기로 했다. 배 목사의 시신은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함께 떠났던 일행이 모두 살아 돌아오기 전에 장례는 의미 없다"는 아버지 배호중(72)씨와 가족들의 뜻에 따라 배 목사의 시신은 장례를 치르지 않고 경기도 안양시의 안양샘병원에 안치된 상태다.

지난달 30일 탈레반의 흉탄에 목숨을 잃은 고(故) 심성민씨 가족 역시 봉사단원의 생환을 반겼다.

심씨의 동생 효민(25)씨는 "어머니가 '네 형의 죽음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심씨의 매형인 신세민(33)씨는 "성민이가 이제야 하늘나라에서 편히 지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렇게 봉사대원들이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는데 왜 (성민이는) 그러지 못했는지 너무나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성민씨의 아버지 심진표(62)씨도 기뻐하면서도 "잃어버린 아들에 대한 미련이 더욱 남는다"며 눈물을 비췄다. 심씨 가족들은 아들의 장례식을 마친 뒤에도 종종 분당의 피랍자 가족모임을 찾아와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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