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하영 전 대사 '슈라' 접촉 박인국 실장 석방 합의 열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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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피랍자 19명 전원 석방은 청와대와 외교부.국방부.국정원.경찰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실이었다. 사태 발생 사흘 만인 지난달 21일 아프간으로 떠났던 조중표 외교부 제1차관과 문하영 전(前) 우즈베키스탄 대사가 이끌었던 정부 협상팀은 탈레반 무장단체 측과 석방 교섭 채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조 차관은 현지 협상단을 대표해 아프간 정부 인사들과 긴밀한 공조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현지 협상을 지휘했다.

문 전 대사는 중앙아시아 공관생활 경험으로 쌓은 인맥을 활용해 현지의 '슈라'(원로부족장회의)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는 석방 교섭의 최일선인 탈레반 세력권 가즈니주 현장에서 뛰었다. 19일 현지 대책본부장직을 넘겨받은 박인국 외교부 다자외교실장은 피랍자에 대한 살해 위협이 커지는 상황을 요령 있게 관리했다. 쿠웨이트 대사를 역임한 박 실장은 이슬람권의 종교와 문화에 해박해 '쿠웨이트 박'으로 불릴 정도로 중동권 사정에 밝다.

송민순 외교부 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동남아의 이슬람국가 장관들을 상대로 석방 여론을 조성했다. 24일부터 탈레반 정권을 승인했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를 순방하며 탈레반을 외곽에서 압박했다. 강성주 대사를 비롯한 주 아프간 대사관 직원들과 김호영 외교부 제2차관이 이끄는 서울 본부의 대책반 직원들, 그리고 막후에선 국정원.국방부.경찰 직원들의 정보 수집.분석 작업이 있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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