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산업②/태성산업 「멀티 스크루프레스」(우리환경을 살리자:1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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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폐수 찌꺼기 손쉽게 탈수/공장·축산농등 수요 계속 늘어/소형제작 용량맞게 세트 공급/제작비 외국 절반… 세계시장 석권 시간문제
지난해 우리나라의 환경산업 규모는 약 1조6천억원.
규모면에서는 웬만한 기간산업 못지 않지만 한꺼풀만 들춰보면 이는 어디까지나 「남좋은 일」일 뿐이다.
환경산업의 핵심 설비나 부품은 모두 수입품이며 85%나 된다는 국산화율 부분도 알고보면 외국의 기술을 사들여 만든 것이거나 국내 영세업체 수준에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외형설비들일 뿐이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수입금액 약 7억달러(업계 추정)에 수출은 5천만달러라는 것이 업계의 추정이다.
이마저도 국내의 독보적인 대기오염방지체(전기집진기 생산)인 한국코트렐이 동남아 국가를 상대로 기록한 약 4천여만달러의 수출금액을 제외하면 수출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격언처럼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향후 세계시장 석권을 위한 준비도 한쪽에선 진행되고 있다.
대성그룹의 대성산업(사장 김영대)이 최근 개발한 폐수 슬러지 처리용 탈수기 「멀티 스크루 프레스」(Multi Screw Press)가 그것이다. 하수처리장과 제지·펄프·염색·식품공장 등 찌꺼기가 섞인 폐수가 나오는 공장에서 현재 사용되는 이 탈수기는 폐수처리 분야에서 단일기계로 차지하는 시장규모가 가장 크며 현재 미·독·일 업체가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탈수기는 폐수처리 과정에서 바닥에 가라앉는 젤리형태의 찌꺼기(슬러지)를 짜 물과 고체상태의 덩어리로 분리시키는 기능을 한다. 슬러지 상태에선 부피도 클 뿐더러 수분함유량이 95%나 돼 어디에 매립할 수도,태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대성측이 이번에 개발한 이 탈수기의 시초는 지난 80년 동창제지 전무로 있던 이정엽씨(59)가 고안한 「원통회전식 스크루 프레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주로 사용된 탈수기는 찌꺼기가 롤러 사이를 지나가도록 하면서 물을 빼는 「벨트식」과 슬러지를 회전통 안에 넣어 세탁기 탈수기 처럼 물을 짜내는 「원심분리」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방식들은 물이 짜지는 정도가 약하며 악취·소음·전력과다사용의 문제점이 있었고 가격 또한 1백만달러 이상으로 비싸 이씨는 당시 가격이 싼 「스크루 프레스」에 눈을 돌렸다.
이 기계는 길다란 원통 안에 슬러지를 넣고 나사형태의 스크루를 돌려 수분을 원통에 뚫린 미세한 구멍을 통해 밀어내는 방식인데,구멍이 자주 막히고 고장도 많아 제대로 활용되지 않던 것이었다.
이씨는 연구끝에 스크루만 돌릴 것이 아니라 원통 자체도 돌려주면 통속의 슬러지가 바닥으로 쏠리는 것을 막고 구멍을 메울 틈을 주지 않게 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씨는 국내외에 특허출원을 냄과 동시에 「회림기계」를 설립,87년부터 90년까지 미국·캐나다 회사들을 상대로 뛴 결과,총 1천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자본이 부족했던데다 지나친 시설투자로 인해 자금난이 계속되면서 91년 6월 이씨는 수천만달러의 주문을 눈앞에 두고 부도를 내게 됐다. 기술능력에 비해 경영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다.
이씨가 실의에 빠져있는 동안 대성산업 김 사장은 캐나다의 한 공장을 방문했을 때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적힌,이씨가 수출했던 기계를 보게됐고 「환경설비도 국산이 있구나」라는 감격과 함께 수소문끝에 이씨와 접촉하게 됐다.
이씨의 특허를 살리기로 한 김 사장은 이씨를 회사 고문으로 영입하게 됐고 이에 따라 사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아울러 당초 이씨가 제작했던 기계를 좀더 상업성이 있도록 형태를 변경,최근에는 이를 길이 2.5m짜리 소형 원통 4개를 함께 붙인 것을 기본세트로 규격화하는 방식을 채택하게 됐다.
기존의 스크루 프레스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 용량에 맞춰 10∼20m 길이의 한개짜리 원통을 만들어나가는 방식으로 제작했지만 이 방식은 미리 소형으로 사전 제작한뒤 주문처의 용량에 맞게 세트수만 늘려 공급하면 되는 셈이다. 즉 대량생산·대량판매가 가능해진 것이다.
대성측은 현재 이 기계가 미국에서 사용되는 종류들보다 기능을 훨씬 뛰어나면서 가격은 절반 이하에 불과한 점을 들어 국내는 물론 전세계 탈수기시장 석권을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아울러 탈수기시장 규모도 하수처리장 한곳당 20∼40대씩 설치하기 때문에 우선 설치비만도 수백만달러나 될 정도로 금액면에서 높은데다 사용 용도도 전세계적인 수질강화 추세에 따라 축산농장·일반공장 등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어 조만간 국내 환경설비의 무역역조를 바꾸는데도 한 몫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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