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실무접촉 결렬/판문점서/북 대표 시작 55분만에 일방 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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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재접촉날짜 협의도 묵살/북측 3단계 회담 취소 사과요구
【판문점=안성규기자】 남북간의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이 결렬됨에 따라 북­미간 뉴욕합의는 더이상 효력을 잃게 되어 북한 핵문제가 다시 미궁의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관계기사 2,5면>
이날 접촉의 결렬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북한 핵사찰 결과에 불만족을 표시,21일 특별이사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고 국제사회에 제재여론이 높아진 후라 유엔안보리에서의 북한제재가 불가피해지게 됐다.
이번 접촉 결렬로 21일 열리기로 되어있던 북­미 회담은 자연 연기되고 팀스피리트훈련 재개도 확실시된다.
북측은 19일 오전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8차 실무접촉이 시작된뒤 55분만인 10시55분 회담장을 일방적으로 박차고 나가 회담을 결렬시켰다.
북측은 또 「추가접촉 날짜를 잡자」는 우리의 요구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 접촉에서 북측은 4개 요구사항에 대한 남측의 대답을 요구하는 등 세가지 입장을 표명하고 이에 대해 남측도 우리측 최고당국자에 대한 비방·중상 즉각 중지 등 3개항의 긴급제안으로 맞서 논란을 벌였다.
북측 박영수단장은 첫 발언을 통해 『지금 조성된 사태를 볼때 4개 요구사항이 전적으로 정당하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남측은 오늘 명백히 이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박 단장은 또 『남측이 불성실한 태도로 실무접촉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을 파탄시키려 하는데 대해 민족앞에 반드시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우리(북)는 대화엔 대화로,전쟁엔 전쟁으로 대답할 만반의 준비가 돼있으며 필요한 모든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또 『남측이 전쟁의 벌집을 터뜨리는데 수수방관은 않겠다』며 『남측이 실무접촉을 유산시키려 하면서 남북관계를 다시 대결국면으로 몰아가는데 엄중히 대처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우리와 결별할지 여부에 대해 명백한 태도 표명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송영대 남측 수석대표는 긴급제안을 통해 ▲우리측 최고당국자에 대한 비방·중상 즉각 중지 ▲우리 국민에 대한 반정부투쟁 선동 즉각 중지 ▲핵문제 우선 해결 입장에서 특사교환을 실현하겠다는 명백한 입장표명 등 3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북측은 이같은 송 수석대표의 요구가 있자 즉시 자리를 박차고 회담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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