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지킨다>8.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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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재즈음악을 들으며 녹차를 즐긴다는 警察大 張文哲교수(43.법학)는 매력적인 신세대 교수임에 분명하다.녹차라는 고전적 취향에 이끌려 그의 팬이 된 많은 경찰지망생들을 보아도 알 수 있다. 張교수의 茶道는 조금 독특하다.정성은 기울이되 억지부리지않는 것이 그의 신세대 건강다도법이다.
「물온도는 얼마에 몇g의 차를 넣어 몇분 기다려야 한다」는 식의 틀에 박힌 다도는 철저히 배제된다.차마시는 분위기도 마찬가지다.녹차는 한복을 차려 입고 꼭 전통도기에 따라 마셔야 제맛이 난다는 사고방식이 잘못이라는 것.다만 차를 끓 일 약수를떠오는 것부터 시작해 마신 찻잔을 닦는 과정까지 손수 정성을 기울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녹차가 건강에 도움을 주는 물리적 이유는 녹차의 주성분인 페놀酸 때문이다.비타민류가 열에 약해 쉽게 파괴되는 것과 달리 페놀산은 끓는 물에도 파괴되지 않고 녹아 생체내에서 抗癌작용을나타낸다는 것이다.녹차의 항암효과는 일본에서 처 음 연구됐으며지금은 녹차붐이 일 정도로 녹차인구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
그러나 張교수는 이러한 녹차의 현대의학적 성분분석을 싫어한다. 『다도는 정신의 세계입니다.다도의 건강효과도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서 비롯되지요.』20년이상 차를 즐겨온 張교수의 해석이다. 그의 연구실엔 조그만 돌솥이 있다.학교부근 法華山(경기 용인)에서 떠온 약수를 여기에 담고 은근히 끓인다.돌솥의 여열때문에 쉽게 식지않는 물로 그날 하루 마실 녹차를 만드는 것이다. 그의 녹차는 마시는 것이 아니라 향기와 여운을 음미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다도는 시간과 경쟁에 쫓기며 살아가는자판기세대와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다.바쁜 일과속에서도 녹차를 매개로 여유를 만들어가는 그의 모습이 매우 부럽기까지 했다.차가 좋다고 마구 마시는 것도 그에겐 못마땅하다.
『녹차엔 커피 못지않게 카페인이 많아 예민한 사람이 갑자기 많이 마시면 위장에 탈을 일으키거나 불면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며 차에 대한 탐닉을 경고했다.
다도가 일본고유의 문화라는 것도 잘못이라고 그는 지적한다.문헌상으로도 가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 고유의 차문화는 고고한 선비정신의 상징이기도 했다는 것.
전국의 차재배지를 돌며 차를 직접 말려 만들기도 하며 녹차(잎차).말차(가루차).황차(발효차).떡차(떡모양으로 뭉친 차)등 각종 차를 소장하고 있는 張교수는 학생들에게 차를 권하면서「청빈한 경찰상」을 강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洪慧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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