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을보자>20.환동해경제권-북한의개방 시험대나진.선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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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中國 吉林省의 동북아철도유한공사 劉栢松총재가 지난 1월 서울을 찾았을 때 몇몇 기업들은 北韓의 羅津항 확장및 나진~琿春간철도연결 프로젝트를 추진중인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가 북한과 협의한 끝에 南北韓.中國 3국합작의 메신저로 서울을 방문했기 때문이다.「한국의 자본.기술이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에 진출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북한의 뜻이 우회 전달됐다. 길림성이 나진-선봉지구~琿春특구간 철도연결사업을 지원하는 동시에 나진항의 개발.사용권을 갖기로 한 것은 延吉이 청진항과 협력하는 것과 같은 모양이다.
남북한은 吉林.延吉을 통해 韓中협력.北中협력의「삼각협력의 틀」을 갖추게 된 셈이다.
북한도 분명히 이 틀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당장 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중국.러시아 등과의 쌍무적 개발협력을 시작하고이를 통해 외자를 끌어들여 제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의「두만강개발계획」에 따른 다자간 협력까지는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것이 분명하므로 북한은 개발을조금이라도 지체하지 않으려고 당장 가능한 쌍무협력부터 나선 모습이다. 북한은 나진항 개발에 러시아와도 합작하기로 이미 합의했다.지난해 8월 金正宇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과 북러시아무역사아가폰초프 대표가 러시아의 컨소시엄(20개 기업참가)과 북한간의 합작 의향서에 조인함으로써 나진항의 하역창고.부두시 설에 러시아측과 북한측이 각각 현금(1차 2백만~3백만달러)과 현물등을 투자하기로 돼있고 올해 시설확장.철도연결공사를 개시한다.
북한이 중국.러시아 등과의 쌍무협력에만 눈을 돌리는건 아니다.日本의 사사카와재단측이 지난해 4월 극비리에 평양을 방문해 金日成주석등과 만난뒤 나진-선봉일대를 헬리콥터를 타고 세차례 돌아보며 공중비디오 촬영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 역연구에 착수,투자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北-日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일본의 勝共연합에 참가해온 우익단체 사사카와재단이 環東海경제권을 겨냥해 북한진출의 첨병으로 체질을 바꿔가고 있는건 앞으로동북아도 냉전시대의 이데올로기 굴레에서 벗어나 경제전쟁으로 치닫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다.투자타당성 조사등으 로 준비체조는끝냈기에 北-美,北-日수교의 분위기만 마련되면 곧장 뛰어들 태세다. 물론 북한은 한국기업에도 유혹의 눈길을 보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UNDP회의에 참가한 북한대표들은「라진-선봉 투자대상안내」(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刊)라는 20쪽짜리 팸플릿을 배포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북측대표들이 입으로『투자조건은 모든 나라에 동일하며 남조선기업이라고 특별한 우대조치는 없다』고 말하지만 한국기업의 투자를끌어당기려는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는게 회의참석자들의 설명이다. 투자안내 팸플릿에는 항만.철도.도로.항공.통신.전력.관광및서비스.공장등 90여개의 투자대상이 소개돼있는데 대상별로▲위치▲건설주名▲연계기관▲대상능력및 성격▲現조건과 개발방향▲총투자액▲투자방식등을 자세히 설명,「정보폐쇄 병영국가」라 는 汚名과는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서 나진의 인프라(항만.철도)투자와 관련,중국측이나 在日조총련 상공인에 줄을 대어 북한 의중을 타진중이라는 것도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투자희망대상」에 경공업분야의 1천만달러 안쪽 사업이 많아 우리 중견기업체 진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직할시로 승격된 나진-선봉지구는 서울(6백5평방㎞)이나 싱가포르(6백25평방㎞)보다 넓으며(관할지역 7백45평방㎞)완만한경사의 개발가능지역만 1백95평방㎞나 되는 상당히 넓은 지역이다. 주민수는 13만명쯤인데 앞으로 75만 인구의 항구무역도시로 발전시킬 예정이고,장기적으로는 선봉지구에 새 항을 만들고 25만명이 거주하는 새 도시구역을 형성해 1백만 주민이 거주하는 현대도시로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이 세워져 있다.
중국 취재과정에서 입수한「황금의 삼각주 라진-선봉」(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刊)이라는 40쪽짜리 북한내부자료에 따르면 이 지구는 기본적으로▲국제화물중계기지▲수출가공기지▲국제관광기지(백두산.칠보산)등이 목표다.첨단기술에 의한 생산,국제 경쟁력이 강한 제품의 생산,인프라의 확충 등이 북한의 바람이다.
***수출.관광기지 청사진 이를 위해 북한은 내년까지 철도.
도로.항만등 인프라를 확장해 국제화물 중계수송 기지로서의 역할을 높이면서 투자환경을 조성해가려고 한다.중국.러시아 교통망과의 연결사업과 나진-선봉항의 화물처리능력 확장등에 눈을 돌린다는 것이다.
2 000년까지는 화물처리 능력을 더 늘리고 이미 마련된 인프라를 이용해 가공수출 기지를 대대적으로 건설하고 관광기지도 개발한다.다시 10년뒤에는 중계무역.수출가공.제조업.금융.관광등 종합기지로 발전시킨다는 장기플랜이다.
나진-선봉지구의 개발.개방은 북한이 環東海경제권 형성에 어떻게 대비하는지를 보여주는 척도이자 대외개방 성공여부를 가늠하는리트머스 시험지라 할수 있다.
북한 核문제를 둘러싼 경색국면이 풀려가는 그날,한국기업들과 일본.중국.러시아 등의 기업들이 나진-선봉지구 진출에 각축을 벌이며 뜨거운 열기를 토해내리라는 전망이다.
***兪英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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