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의식 바꿔야 경제 산다”/「신경제」 의식개혁회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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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공직자에 「대국민부담」 높여 “가속화”/제도개선 앞서 의식개혁 중요성 확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신경제 추진회의가 「의식개혁」이라는 추상적인 과제를 주제로 삼은 것은 지금 상태의 사고와 의식수준으로는 성장과 발전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의식개혁이라는 것이 회의를 열어 될 성질의 문제냐는 반론을 한 귀로 들으면서도 정부가 이날 회의주제를 이렇게 정한 것은 대통령 보고를 통해 결의를 다지고 국민들에게 행정서비스가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고 약속을 하는 것이 결코 의미없는 일은 아니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공직자들에게 이같은 「대국민 부담」을 자꾸 지워놓는 것이 제도개혁의 효과를 가시화하는 방법의 하나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어쨌든 이날 각 경제부처들은 경쟁이나 하듯 이 앞으로는 의식개혁을 통해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을 약속했다. 특히 경제행정을 최대의 서비스산업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농림수산부가 고식적이고 전통적인 농업관을 벗어나 국가 전체적인 시각에서 정책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은 특히 눈길을 끈다. 지금까지 견지해온 농어업에 대한 편협된 인식을 털어 버리겠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1백여개 농어업 관련기관 및 단체에 대한 과감한 조직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소리가 높으나 농림수산부 자신이 이같은 제도개혁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 아쉽다.
이처럼 정부가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제도개선」은 뒤로 미루면서 「의식개혁」만을 강조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는 지적은 아직도 많다.
어느 정권도 단행하지 못한 금융실명제를 도입했다는 사실만 내세우며 실제로 그것이 목표한 공평과세를 위한 노력,예컨대 세율조정작업같은 것은 여전히 손대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같은 맥락이다.
또 공무원들이 정말로 자존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먼저 만들어 준 뒤 「매」를 들어야 한다는 지적을 상당부분 수긍하면서도 처우개선에는 자꾸만 꽁무니를 빼는 일도 그렇다.
이런 점에서 의식개혁운동은 열가지를 나열하는 것보다 한가지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또 의식과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의 경제도약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의식이 먼저냐 아니면 제도가 먼저냐 하는 것은 여전히 논란이 끝나지 않은 문제다.<심상복기자>
◎업계·학계의 반응/공직사회 서비스부족
▲박제혁 기아자동차 부사장=일련의 규제 완화조치가 아직도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 것은 공직사회에 서비스 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회사원이 월급을 받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듯 공직자들은 국민들이 주는 봉급을 받는 만큼 국민을 대하는 자세가 더욱 세련돼져야 한다.
과거에 흔히 보아 왔듯이 한편에서는 규제를 풀고 다른 쪽에선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일이 더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위험회피 성향버려야
▲이덕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식개혁운동과 관련,특히 경계해야 할 것은 공직자들의 위험 회피성향이다. 위험을 달려들어 제거하기 보다는 현재 상태에 안주하려는 성향 때문에 문제가 곪아 터진후 수습하는 쪽으로 행정력을 집중시켜 왔다. 문제를 예방하는 선에서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때 국가생산력은 향상될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사후대책 위주로 행정이 집행돼 왔다. 문제를 미리 제거하는 경우에 비해 낭비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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