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모든 책은 궁합 맞는 독자 있죠 내 역할은 바로 독서중매쟁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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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모든 책은 거기 맞는 독자가 있습니다. 책과 그 맞춤 독자들을 연결시키지 못하는 게 문제죠.”

 한국도서관협회 이용훈(48·사진) 부장의 이야기다. 독서진흥운동의 마당발이라 할 그의 말이니 살짝 믿음이 간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7년부터 협회의 기획·대외업무 협력 일을 맡고 있다. 또 시민단체인 ‘책 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의 협동사무처장·와우북 페스티벌 조직위의 이사이자 서울문화재단이 펼치는 ‘한 도서관 한 책 읽기’운동의 실행위원이기도 하다.

 “업무 성격상 불가피하게 독서진흥운동을 지원하다 보니 감투를 여럿 썼다”고 겸연쩍어 했다.

 과연 디지털 시대에도 책을 읽어야 할까, 우문을 던졌다.

 “이제 책이 필요 없어진 듯 말하기도 하지만 이는 논의의 여지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하지도 않지만 무엇보다 디지털 콘텐트에는 책만큼 충실한 검증이 안 된 정보도 많거든요.” 단호하다.

 그에 따르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문적 행위다. “단순히 글자를 보는 게 아니라 집중해서 생각하고 읽고나서는 얻은 것을 대화나 토론으로 발전·확인해야 제대로 된 책 읽기라 할 수 있죠.”

 그런 면에서 그가 지켜본 우리 사회 독서진흥운동은 문제가 있단다.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게다가 단순히 독후감 쓰기 정도로 그치니까요.”

 대입 논술시험이나 독서이력철에도 회의적이다.

 “청소년기에 독서를 습관화하는 게 아니라 입시위주의 기능성 독서를 강요하는 것은 성인이 된 후 책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하지나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학교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학생들이 스스로 택한 책을 읽고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는 자기주도형 책 읽기가 되어야 합니다. 또 도서관도 ‘주민의 서재’가 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하고요.”

 그럼 그 자신은 얼마나 읽을까. 올 상반기엔 30권 정도 읽었단다.

 “독서는 어떤 면에서 지루하죠. 읽다가 잠 든 경험을 한 이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 단계만 넘으면 밤을 새게 되거든요.”

 그런 책 사랑을 바탕으로 그는 책과 독자를 이어주는 ‘독서중매쟁이’ 역할을 적극 나설 태세였다.

글=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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