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교과서에 12·12사태 기술/학계 편찬위촉팀서 시안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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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쿠데타」로 표현하자”/당시 피해자들 적극 지지 토론회 참가 채비/전씨측선 “정 총장 연행사건” 반박… 대응주목
고교 국사교과서에 12·12를 어떻게 기술해야 하나. 「사태」가 옳은가,아니면 쿠데타 또는 군사정변이라고 해야 하나.
이 문제가 곧 정계와 사학계의 큰 논쟁거리로 등장할 것 같다.
현재의 교과서에서는 「사태」로 되어있는데 이를 쿠데타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늘고 있어 논쟁이 불붙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96년도부터 새로 사용될 국사교과서 편찬작업에 들어갔는데 최근 연구위촉팀이 12·12를 「쿠데타」로 표현하자는 시안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오는 18일 이 시안을 대규모 토론회에 부칠 예정이고 사학계와 사회단체들이 논쟁이 적극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장태원 전 수경사령관 등 12·12피해자들은 「쿠데타」론을 지지하며 토론회에 의견을 제시할 게획이어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 80년 신군부쪽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교육부는 이에 앞서 지난해 11∼12월 94년에 쓰일 고교 국사교과서의 부분적 수정작업을 벌였다. 대학교수·교사·교과교육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 1종도서편찬심의회는 『12·12사태가 일어났다』는 대목을 『일부 군부세력이 12·12사태를 일으켜 정치적 실권을 장악하였다』로 고쳤다. 「사태」란 표현에는 변화가 없었다.
교육부의 관계자는 『가치평가를 하기에는 이르다는 판단하에,일어난 일만 사실대로 기술하자는 원칙으로 수정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점도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96학년도를 목표로 한 편찬작업에서는 사태를 쿠데타로 바꾸자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존희(서울시립대·위원장)·서중석(성균관대)·정재정(방송통신대)·박용운(고려대)·정만조(국민대)씨 등 9명의 국사전공교수들로 구성된 「국사교육 내용전개 준거안 연구위원회」는 최근 격론끝에 5·16혁명과 12·12사태를 모두 쿠데타로 표현하기로 일단 의견을 모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승화씨 등 12·12 피해자들은 이런 변화를 환영하면서도 한걸음 더 나아가 『12·12는 군사반란으로 기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2·12관련자를 검찰에 고발한 22명으로 구성된 「화요회」의 한 회원은 11일 『우리 의견을 집약해 토론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영삼대통령도 12·12를 쿠데타적 사건이라고 규정했으니 쿠데타란 표현은 당연하다는 논지를 폈다.
반면 12·12 주도그룹측은 이런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12·12는 쿠데타가 아니라 정 총장 연행사건이었다』고 반박했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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