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만만한게 말단 경관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金和男 경찰청장은 3~4인조 떼강도가 잇따르던 연초,2차 범죄소탕 1백80일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국 지방청 강력.방범과장을 불러 모았었다.
이 자리에서 金청장은『앞으로 강력사건을 조기에 해결하지 못하는 관할 지휘관에 대해서는 직위해제등 인사조치하겠다』고 천명했다.문책 지휘관의 범위에는 지.파출소장에서부터 경찰서장.지방경찰청장까지를 포함했다.강력범 검거에 職을 걸라는 일종의「최후통첩」이었다.
그러나 그후에도 떼강도는 방범비상령을 휘저으면서 계속 활개를쳐 7일까지 서울 22건,지방은 29건이 더 발생했다.이중 서울은 아직 11건을 해결하지 못했고 지방은 19건이나 미제상태다. 그럼에도 관할지휘관이 문책당했다는 얘기를 들어본적이 없다. 지난달 26일 새벽 서울노원구중계동 6개 아파트단지 상가건물 7곳에 도둑이 들어 3시간동안 70여개 점포에서 1천3백여만원어치를 털어간뒤 경찰이 취한 조치를 보면 경찰의 징계기준이과연 어디에 있는지 의아한 생각이 든다.
경찰은 이 사건의 책임을 물어 중계파출소장과 부소장,당시 파출소 당직 근무자 3명등 5명을 전보조치했다.「만만한」하위직들에게만 책임을 물은 것이다.
조치 이유 역시 상부인 노원경찰서에 보고를 소홀히 하고 사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보고를 소홀히 했다면 평소 보고체제에대한 지휘감독과 점검을 소홀히한 상부기관도 당연히 책임이 있는것이다. 그런데도 하위직만 징계를 하고 할일을 다한채 시침 떼고 앉아있는 경찰간부들을 보면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생각을 떨쳐버릴수 없다.
이같은 불공평한 징계원칙때문에 일선 경찰관들 사이에서는 功은상층부로,책임은 하위직에 돌아간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고 이는 곧 상층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