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장 지지파 옥중출마설 유도/수습대책 분주한 농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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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 회장 사표안내 아직 대행체제 구성 못해/임직원 천여명 “새롭게 태어나자” 결의대회
○…농협중앙회는 토요일에 이어 일요일인 6일에도 정기수 수석부회장 주재로 비공개 임시이사회를 열어 한호선회장의 구속에 따른 사후 수습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이사회는 한 회장의 구속에도 불구하고 민선 2기 회장선거를 당초 예정대로 23일 실시하기로 결정.
이에 따라 농협은 7일 선거일자 및 총회 소집을 공고한뒤 13일까지 후보자등록을 받기로 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임시이사회에서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제기됐지만 한 회장의 공식임기가 4월17일로 끝나 이번 사태로 선거일을 연기해봤자 1주일에서 열흘정도밖에 안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당초 예정대로 강행하기로 했다』고 설명.
○…한 회장의 구속에 따라 현재 자천 타천으로 노인도 민자당의원(충남 아산군 둔포조합장 출신),농협중앙회의 정기수부회장(신용사업담당),천경옥부회장(경제사업담당),원철희이사 등이 차기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뜻밖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
특히 중앙에서의 인지도는 떨어지고 있으나 각 지역에서는 상당한 세를 확보하고 있는 유력 회원조합장 2∼3명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 정부에서도 「농협의 개혁」을 주문하고 있어 누가 어떤 개혁의 색채를 띠고 막판에 부상할지 몰라 농협 주변에서는 대부분 혼전을 예상.
한편 일부 한 회장 지지파에서는 한 회장의 옥중출마설을 흘리고 있으나 농협 안팎의 사정으로 미루어 차기 선거에 한 회장이 출마하지 않을 것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7일 오전 서울 충정로 중앙회 대강당에서 임직원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개혁 추진결의대회」를 열고 『한 회장의 구속사건을 계기로 농협조합원을 위한 농협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을 굳게 다짐하고 앞으로 더욱 단합된 자세로 영농지원을 각종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
그러나 농협은 이날 조간부터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사죄의 말씀」이란 제목의 대국민 사과문을 게재하려다 앞으로 사태진전을 좀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이를 철회하기도.
○…농협은 선거일까지 업무공백 상태를 막기 위해 회장 대행체제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으나 구속된 한 회장이 아직 사표를 내지 않아 대행체제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차기회장의 임기도 한 회장이 언제 사표를 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선거일인 23일 이전에 사표를 내면 차기회장이 23일 선거결과와 동시에 취임하게 되며 임기내에 사표를 내지 않으면 4월18일까지는 회장업무가 계속 공백상태로 남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혁프로그램 마련에 착수,4월말까지 자체 개편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신용사업·경제사업의 분리와 지방분권화·품목별 생산자단체 결성 등이 현재 농협문제의 핵심인데 이들은 모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려있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미묘한 사안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
한편 최근 농협회장 직선제는 선거의 타락상과 한 회장의 독주와 관련,개편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나 「민주화」의 관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당분간 간선제로 쉽게 바꿀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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