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생의 체격(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슬하에 초·중·고교생의 자녀를 두고 있는 주로 30∼40대 계층의 사람들도 그들이 어렸을 시절에는 거의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말은 보통 검소한 생활을 한다거나,배고픔을 참는다는 따위의 뜻이지만 그같은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서 실제로 배불리 먹지 못했기 때문에 바지가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허리띠를 최대한 졸라매야 했던 것이다.
이제까지 한국인의 체격이 미국이나 유럽 여러나라 사람들의 체격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까닭도 식생활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체급별로 구분되지 않고 치러지는 축구·농구·배구 등 스포츠의 구기종목에서 왜소한 한국선수들이 덩치 큰 외국선수들과 맞싸워 선전을 펼치고서도 막판에 체력이 달려 패하는 모습은 늘 한국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10대의 씨름선수중에는 1백40㎏ 안팎의 거구들이 즐비하고 6일 폐막된 농구대잔지 최종결승에서 2m7㎝의 대학 1년생 센터가 코트를 종횡무진 누빈 끝에 자기팀 우승에 결정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이같은 체격의 급상승은 물론 식생활의 개선과 깊이 관련돼 있다. 엊그제 교육부가 발표한 「93년 학생체격 검사」 결과에 따르면 남학생 신장의 경우 10년전에 비해 5㎝ 이상,20년전에 비해 10㎝ 이상이 커진 것을 비롯해 남녀학생 모두 몸무게·가슴둘레에 서 급격한 신장률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우리 청소년들이 외형적으로 「커졌다」는 사실에만 만족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청소년에 대한 각종 건강조사들은 당뇨·혈압 등 성인병과 비만증을 경고하고 있으며,함께 실시된 체질검사에서도 시력·충치 등 건강상태는 아주 나쁜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또한 식생활의 조건과 무관하지 않음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일찍이 중국의 강태공은 『미운 아이 밥 많이주라(증아다여식)』는 말을 남겼거니와 지금 우리네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맹목적인 애정으로 먹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얼마든지 먹게 함으로써 편식이나 과식 등으로 인한 신체적 불균형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지나 않은지 곰곰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자식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무조건 하게 하는 것은 부모의 진정한 애정이 아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