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저가항공사 ‘이지젯’ 성공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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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저가 항공사인 이지젯(Easy Jet)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기업체 간부를 타깃으로 전략을 세운 것이 적중한 때문이다. 프랑스 경제지 카피탈은 최근호에서 이지젯의 지난해 수익이 1억4000만 유로(약 1750억원)나 됐다며 성공 스토리를 소개했다.

 1995년 저가 항공사로 출발한 이지젯은 한동안 값싼 티켓으로 재미를 봤다. 그러나 과도한 저가 경쟁과 무리한 사업 확장 등으로 2003년 위기를 맞았다. 위기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에 오른 앤드루 해리슨은 전략을 수정했다. 기업체 간부들의 출장 항공편을 파고든 것이다. 기업인들의 당일치기 출장이 가능하도록 이른 새벽과 늦은 밤에 뜨는 항공편을 늘렸다.

 기존의 저가 항공사는 대형 항공사가 취항하지 않는 노선을 틈새 시장으로 공략해 왔지만, 이지젯은 대형 항공사에 맞불 작전을 폈다. 예를 들어 파리공항 출발편의 경우 도르트문트와 토리노 노선을 없애고 메이저 노선인 밀라노·마드리드·베를린에 취항했다. 이를 두고 우려가 많았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다.

대표적인 예가 가격대별 메뉴형 서비스다. 항공료 외에 3유로70센트를 내면 자신이 원하는 좌석을 예약할 수 있고, 21유로를 내면 전용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 밖에 항공편을 놓쳤을 때 바로 다음 편을 탈 수 있는 서비스는 54유로에 제공했다.

지난해 메뉴형 서비스로 올린 매출이 무려 1억9500만 유로(약 243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의 경우 연인원으로 기업체 간부 850만 명이 이용했는데, 이는 3년 전의 두 배다. 전 승객의 4분의 1이 기업 임원이다. 이지젯은 2012년까지 승객을 두 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파리=전진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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