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있는고향> 백양사 솔잎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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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白羊寺 경내의 보리수와 목련엔 벌써 새움이 돋았다.우리 것은비록 오래되어 색이 바랬어도 친근하고 편안하다.우리 산하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만들어진 차도 은근하니 우리의 입맛에 맞고,우리 체질에 부합된다.身土不二가 별건가.백양사 주 인께 삼배의 예를 올리고 절 입구 저잣거리로 나선다.솔잎차를 마실 생각에 예전의 경험으로 입안엔 벌써 향긋한 침이 괸다.
UR의 높은 파고가 부득불 현실로 다가와 우리를 애태우고 있는 판에 솔껍질 깍지벌레가 남쪽 산들을 침략하고 있어 걱정이다.다행히 백암산의 소나무들은 무사하다.솔잎들도 잘 자라고 있다. 옛적부터 솔잎은 고혈압.중풍.말초 혈행장애로 인한 수족저림.불면증.신경쇠약등의 질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추석 송편을 찔 때 솔잎을 이용하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솔잎을 재료로 해 약콩을 섞어 꿀로 저민 환약을 복용하면 각종 성인병에 좋다고도 한다.무공해 토종 2엽송의 솔잎을 따 역시 토종꿀에 버무려 만든 솔잎차 또한 그 약효가 점차 임상적으로 입증되고 있다.만성빈혈환자 뿐만 아니라 수술 후의 암환자회복에 극히 우수한 효능을 보이고 있음이 그것이다.근자 李명복박사로 인해 세인이 주목하고 있는 사상체질 진단법에 의할 때 솔잎차는 우리 한국인에게는 어느 체질을 막론하고 다 좋은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름만큼이나 복덕이 넉넉해 보이는 車厚德보살(전남장성군북하면약수리,(0685)○927410)이 스스로의 오랜 노력끝에 만들어낸 백양사 솔잎차는 약효도 그러하려니와 향이 남달리 탁월하다. 그분이 전하는 솔잎차 제조 비법에 의하면,우선 천연 솔잎을 정성스레 따모아 맑은 물에 깨끗이 씻어 말린다.그런후에 솔잎과 토종꿀을 약2대1의 비율로 섞어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곳에 보관해두고 이틀 간격으로 뒤집으며 잘 버무려준 다.토종꿀은 밀개째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이렇게 해 1백일간 숙성시키면 여기에서 신비의 영약인 솔잎액이 추출되는 바 오래 묵을수록 좋다.
차로 마시는 최상의 방법은 물 한컵에 솔잎차 엑기스를 밥숟가락으로 두 숟가락정도 혼합해 냉차로 마시는 것인데 얼음을 띄워가능한한 차게해 마실수록 향이 빼어나다.찬 음료를 마시면 배탈이 나는 사람도 솔잎냉차 만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새잎이 나는 4,5월께 솔잎차를 만들어 항아리에 넣어 밀봉해 두었다가한여름 손님을 청해놓고 개봉해 함께 마시는 솔잎차의 향기.품격은 무더위와 조급한 인생살이에서 비롯되는 갈증과 탁기를 상쾌함으로 바꿔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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