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차 가진 젊은이들(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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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싱가포르는 흔히 거리질서·교통질서가 가장 잘 지켜지고 있는 나라로 손꼽힌다. 강력한 통치와 그에 따른 몸에 밴 시민의식이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항상 교통이 원활하고 사고를 극소화시킬 수 있는 배경에는 무엇보다 차량증가를 철저하게 통제하는 정책이 자리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차를 갖고자 하는 사람들이 매년 수만명씩 순번을 기다리고 있지만 폐차율을 감안해 1년중 극히 제한된 숫자의 사람들에게만 자동차의 소유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도 그같은 자동차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적지 않다. 자동차가 꼭 필요한 사람들조차 자동차를 마음대로 소유하지 못하는 탓에 일의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기야 도로사정이 자동차의 증가를 수용할 수 있기만 한다면 운전이 가능한 모든 국민이 차를 소유하고 있다한들 별로 문제될 것은 없을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문제는 자동차수의 턱없는 증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로 사정이 자동차의 증가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데도 있다. 그에 뒤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자동차문화」의 실종이 우려할만한 상태로까지 치닫고 있다는 견해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신호위반·차선위반·속도위반·주정차위반 등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운전자들간의 「교통이기주의」가 잦은 시비를 불러 얼마전에는 추월을 방해한다고 앞차 운전자에게 뭇매를 가해 사망케한 끔찍한 일까지 있었다.
사고운전자의 연령별 통계는 늘 20∼30대 젊은 운전자들이 압도적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최근 자동차공업협회 분석에 따르면 4백27만여대의 등록된 차량 소유주 가운데 20∼30대가 56.5%에 달한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처음 직장을 갖거나 결혼하게 되면 무엇보다 「마이카」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할 만큼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처럼 되어있는 풍토에서 그같은 통계는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그같은 추세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보면 이제는 자동차의 증가에만 신경쓸 일이 아니라 젊은 운전자들에게 바람직한 「자동차문화」를 심어주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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