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백화점도 값 깎아 주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신년세일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서울 강남의 A백화점을 찾았던 회사원 金모(28)씨는 여성용 구두를 판매하는 S매장을 찾았다. 10% 세일 중이었다. 金씨의 마음에 든 구두의 가격은 10% 할인해도 19만8천원이었다. 金씨가 비싼 것 같다며 머뭇거리자 매장 직원이 즉석에서 30%를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金씨는 "세일 폭보다 더 깎아준다는 말에 얼른 구입했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의 한 여성용 액세서리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50만원 이상을 구매하는 고객에게만 상품권 3만5천원어치를 주기로 했는데, 이보다 덜 구입한 고객에게도 상품권을 제공하거나 상품권 대신 3만5천원을 물건값에서 빼주는 방식으로 손님들을 잡았다.

이런 사례는 서울의 다른 백화점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달 초 서울 강북의 한 유명 백화점 신사복 매장을 찾았던 회사원 崔모(36)씨가 겪은 일도 비슷했다. 유명 신사복인 A브랜드 제품의 세일 폭은 40%. 崔씨의 아내가 "가격이 비싸다"고 하자 판매 직원은 "절반 가격으로 팔겠다"고 했다. 崔씨는 60% 할인된 값에 신사복을 구입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백화점 매장에서는 현금으로 계산하면 가격을 더 깎아주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백화점 몰래 입점 업체와 고객 간의 직거래로 만들어 백화점 측에 수수료를 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백화점에서도 '재래시장'처럼 값을 깎아주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이에 따라 표시된 가격만을 믿고 구입하는 고객만 손해를 보는 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모 백화점 매장 관리직원인 金모씨는 "제값을 못 받더라도 재고를 하나라도 줄이는 것이 낫다는 것이 업체의 생각"이라며 "매장 관리직원의 입장에서도 실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의 인센티브 등을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화점 관계자는 "극히 일부의 사례일 뿐"이라며 "그러나 이런 편법 판매를 하고 있는 매장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익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