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쇼트트랙 비결뭔가 세계 각국서 문의 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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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하마르(노르웨이)=劉尙哲특파원]한국이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제17회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에 참가한 세계각국은 한국이 27일 벌어진 쇼트트랙 여자1천m.남자5백m에서 또다시 금2.동1개를 추가하자 다투어 태릉전지훈련을 요청하는등 한국기술연구에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 쇼트트랙 4개종목 가운데 남자5천m계주를뺀 5개종목에 참가,금4.은1.동1개를 따내 세계최강의 쇼트트랙 왕국으로 부상했다.
이에따라 미국.호주.뉴질랜드.이탈리아등이 한국기술 전수를 위한 전지훈련을 요청해온 것이다.
도대체 한국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팀은 왜 이렇게 강한 것일까. 태극물결과 코리아 함성으로 뒤덮인 하마르 올림픽 암피시어터의 기자실엔 이처럼 똑같은 질문을 안은 외국기자들이 송고에 바쁜 한국기자들에게 쇄도했다.
-선수가 많은가.
초.중.고.대학및 일반 모두 합쳐 약 1백여개팀에 선수는 4백여명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이중 국교생이 절반이상으로 대표선발전에 나설만한 실력을 갖춘 선수는 50여명이 채 안된다.
50명이라고 했느냐며 재차 묻는 일본기자들은 놀라움을 넘어선경악의 표정이다(일본엔 8백50개를 넘는 팀수에 선수만도 2만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링크등 시설이 좋은 것 아닌가.
글쎄.링크가 몇개나 있더라.태릉실내링크와 목동.대구등 세곳,아니 롯데 잠실월드링크까지 합해 4개다.하지만 대표선수들이 마음놓고 훈련에 전념할 수 있는 곳은 태릉 한곳이다.빙질이 비교적 좋은 목동.롯데링크등은 대관관계로 사실상 이용 이 힘들다.
-선수들의 나이가 어린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성인선수들을 소화할 실업팀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있긴하지만 극소수(쌍방울등)여서 학교를 졸업한 선수들이 갈데가 없다.따라서 대표선수들 상당수가 어린 학생들이다.
한국 쇼트트랙팀의 성공열쇠를 풀기위한 외국기자들의 질문은 이쯤에서 멈춰진다.
시원스런 해답 대신 의혹만 쌓이는 까닭이다.
사실 한국기자들도 의아스럽긴 마찬가지다.
대구.서울 두 도시에만 있는 실내링크 사정 덕택에 선수들 또한 고향이 서울과 대구 둘중 하나다.
-그럼 훈련을 열심히 한 탓인가.
맞다.열심히 했다.정말 열심히 했다.
나이어린 여중.고생들이 3.5~7㎏의 결코 가볍지않은 철제조끼를 입고 훈련에 임했고 태릉훈련원에서 자신의 체중만큼이나 무거운 바벨과 싸웠던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모두 다 세세히 설명할수 없었다.
또 남자선수들이 단거리 승패의 관건인 스타트훈련을 위해 인간튜브끌기(몸에 튜브를 감고 끈으로 뒤에 다른선수를 매단채 질주하는 것)연습을 하며 힘겨워하던 모습등.
당일 레이스 運도 큰 변수로 작용하는 빙판의 승부에서 우승의이유를 정확히 한가지로 꼽을수는 없지만 국내전문가들은 대략적으로 피나는 훈련+거듭된 기술개발+플러스알파 요소인 경기력 향상금의 3박자가 엮어낸 쾌거로 본다.
힘든 육체적 훈련외에 올림픽 경기당일에 맞춘 요일별.시간별의과학적훈련이 이어졌고 金琪焄(27.조흥은) 李準鎬(29.쌍방울)등 걸출한 1세대 두스타가 코칭스태프와의 상의로 각종 테크닉을 개발한게 큰 보탬이 됐다.
92년 알베르빌에서 첫선을 보인 오른발 외발타기 주법의 코너링,막판 골인때 한발로 두번 스퍼트하는 독특한 투스텝 활주방법등이 그것이다.또 스케이트날을 기존의 1.2㎜보다 0.2㎜ 얇게한 장비개발도 세계를 제패한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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