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사람>35."접시꽃 당신"의 都鍾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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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견우 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안개꽃 몇송이 함께 묻고 돌아오네/살아 평생당신께 옷 한벌 못해주고/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벌 해 입혔네….』 87년2월 한권의 시집이 출간된지 불과 2개월만에 10만부가 팔리는 믿기지 않는 출판계 「신화」가 탄생한다.더욱이 저명한 시인도 아니고 당시 충북옥천군동이면에 있는 한 시골중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都鍾煥씨(당시 33세)의 시 집이었기에 더욱 이변이 아닐 수 없었다.
출판사상 최단 시일 안에 최고판매를 기록한 『접시꽃 당신』은그해 장기 베스트셀러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영화.드라마.연극.
무용으로도 발표되는 등 인접 예술에도 큰 바람을 일으켰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1백만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엊그제 같은 일이지만 벌써 10년 가까이 흘러간 얘기지요.』 85년 아내를 위암으로 잃고 1년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69편의 시를 모아 묶은 시집이 『접시꽃 당신』이다. 都시인 역시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다.
일약 베스트셀러 시인이 된 그는 두 아이의 아버지로 평범한 교사생활을 하던중 청주중앙중학교 국어교사로 있던 89년 전교조충북지부 결성과 관련해 2개월간 수감생활을 하고 해직돼 교단을떠나게 된다.
『최근 전교조 탈퇴각서도 제출하고 복직신청도 했어요.하지만 충북 지역에선 유일하게 복직신청이 거부됐습니다.』 그는 현재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맡고 있다.그가 교직에 쏟는 정열은 남다르다.해직된후 89년10월에 출간한 시집 『지금 비록 너희 곁을떠나지만』에서도 교직으로 돌아가려는 열망을 절절히 그리고 있다. 최근 그는 산문집『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배』(한양출판)의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불교적 명상,가난했던 어린 시절,문학입문시절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쓴 글이라고 한다.또한 지난해 3월에 발표한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창작과 비평)이후 다듬은 80여편의 시들을 여섯번째 시집으로 묶어 4월께 출간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시집에서는 바쁘게 살아온 80년대를 차분히 되돌아보는 「短詩」들을 모았다.이와 함께 그의 시 30여편이 가수겸 작곡가인 백창우씨(37)에 의해 가곡과 가요로 만들어져 곧 세상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또다시 한국판 「러브 스토 리」가 선풍을 끌지 궁금하다.
『교사운동.지역운동을 하면서 할 얘기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자연 詩가 길어졌습니다.짧은 詩作을 통해 자신을 추스리고자 합니다.』 그는 현재 民藝總 문예아카데미에 출강,시창작을 가르치고있으며 월간지 『충청리뷰』의 발행인으로 지역언론에도 이바지하고있다.90년3월 대학강사인 閔경자씨(39)와 재혼한 그는 부모와 함께 청주에서 살고 있다.
〈李順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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