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회 춘계 세미나­ 이종범교수 논문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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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YS도 권위주의 몸에 뱄다”/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관리 유형/법·규칙보다는 「정치적 요소」 더 중시/당경시 행정부 중심 통치전략 뚜렷
지난 25일로 김영삼정부가 출범한지 만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새정부의 공적에 대한 세평은 많았다. 개혁과 사정으로 공직사회가 비교적 깨끗해지고 국민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찬사에서부터 개혁프로그램이 없다든가,표적사정을 했다든가 하는 비판에 이르기까지 평가는 다양하다. 그러나 김 대통령 자신의 리더십과 통치스타일에 대한 학자의 의견발표는 별로 없었다. 그런 면에서 28일 한국행정학회(회장 안병만) 주최,중앙일보 후원회 「문민정부 1년의 정책평가­대통령의 리더십과 개혁」을 주제로 한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고려대 이종범교수(행정학)의 「김영삼대통령의 리더십 특성과 국정관리 유형」 논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교수는 김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이 권위주의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규정한다. 지역구 출신의 9선의원으로,의회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30여년의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권위주의적 요소가 몸에 배게 됐다는 것이다.
비공개적 성향의 「깜짝쇼」라든지 보안유지를 생명으로 여기는 성향은 반독재 투쟁과정의 부산물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책수행과 관련해서도 김 대통령은 다양한 정보를 접하지만 공개토론보다는 가까운 관련자들과 의논하는 폐쇄형이기 때문에 정책 오류의 우려가 높으며 특히 제도적 결함보다는 인간적 결함을 정책오류의 주요원인으로 보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지적한다.
논문은 또 김 대통령은 법이나 규칙보다 정치적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규정한다. 이 역시 반독재 투쟁에서 합법성을 역설하는 권위주의 정부에 대해 법령이나 제도를 초월한 행동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풀이다.
민자당의 전당대회를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연기시켰다든지,새정권 출범후 한국은행 총재·방송위원 등 임기직으로 임명된 사람들을 면직시킨 것은 법과 제도를 무시한 행동이라는 것.
김 대통령은 또다른 리더십 유형으로는 계몽적이라는 점이다. 출신배경이나 학력,9선의 최다선 기록,야당 총재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자부심과 엘리트 의식이 뭉쳐 국민에 의한 정치보다 국민을 선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논문은 따라서 현 정부를 권위적 문민정부로 규정짓고 이런 테두리 내에서 탈정치현상과 국회기능의 저하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즉 문민정부면서도 정치는 없고 대통령의 독주현상과 행정중심의 정국운영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여야는 물론 재야까지도 쟁점중심으로 정치를 활성화하지 못한다고 꼬집고 있다.
내각은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청와대는 대통령의 눈치만 보며 언론까지도 중요쟁점에 관한한 여론형성 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인사정책과 관련,「머리는 빌리면 된다」는게 대통령의 신조인 것 같으나 「누구의 머리를 빌릴 것인가」라든지,「정보·지식간의 우선순위 선택」과 같이 남의 머리를 빌릴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이의를 달았다.
역대 대통령들의 용병술에는 특색이 있는데 김 대통령은 능력보다는 신뢰성·충성심·의리를 더 중요한 요소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같은 인사전략은 「머리를 사되 유능한 머리를 사고,이를 최대한 활용해 정책과 국민에 대한 서비스 질을 높여야 한다」는 차원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논문은 그러면서 현 정부의 1년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가장 중요한 업적으로 ▲정치와 행정분야 중심의 부정부패 척결 ▲정국의 안정화 ▲금융실명제·금리자유화 등 경제활성화 조치 ▲군사문화 청산노력 등 네가지를 꼽았다.
특히 지난 1년은 국민의 억눌렀던 다양한 이해가 분출될 시기였음에도 쌀시장 개방반대 시위 외에는 별다른 혼란이 없었던 점은 정부의 정국관리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정리=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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