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연금 적자 산더미, 112억불 누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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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기업이 파산할 경우 종업원의 연금 지급을 대신 책임지는 미국의 연금지급보증공사(PBGC)가 눈덩이 적자로 휘청거리고 있다. 공사 측은 이렇게 나아가다간 머잖아 국민의 세금을 투입하거나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현재 PBGC가 유사시 지급을 책임지고 있는 근로자수는 4천4백만명에 달한다.

연방보증공사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03회계연도(2002년 10월~2003년 9월)의 적자는 76억달러로 전년도(36억달러)의 두배를 넘었다. 그 전까지는 이익을 냈으나 2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는 바람에 누적적자가 1백12억달러로 불어났다.

공사의 재정이 이렇게 악화하고 있는 것은 멤버로 가입한 기업들의 파산이 이어진데다 저금리로 인해 자금운용 수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사가 지급 책임을 새로 떠안은 파산 기업은 1백52개(종업원 20만6천명)였으며 전년도엔 1백44개(18만7천명)였다. TWA항공사 등 과거에 도산한 기업을 포함해 현재 PBGC가 연금을 대신 물어주고 있는 근로자는 80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PBGC 적자에 가장 많이 '기여'한 기업은 베들레헴 철강과 US에어웨이였다. 두 기업이 말해주듯 공사의 돈을 축내는 대표적인 두 분야가 철강업계와 항공업계다.

다수의 미국 기업은 연봉과 근무 연수에 따라 종업원들에게 확정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경영 환경이 나빠져 생존이 급한 상황에서도 과거에 만들어진 규정에 따라 후한 연금을 계속 지급해야 하는 결정적인 문제를 안게 된 것이다. 법에 강제 규정이 없어 기업들이 규정대로 재원을 연금기금에 적립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파산하면 PBGC가 그 부분의 책임까지 덮어쓰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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