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사장님들 돈 좀 갖다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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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용등급이 높은 중소기업에는 올해 은행 문턱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후 가계.카드 대출의 부실이 불어나 고전해온 은행들이 다양한 신상품과 혜택을 앞세워 우량 중소기업 유치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심희원 부행장보는 19일 "수출이 호황인 데다 올 하반기부터는 내수도 살아날 가능성이 커 우량 중소기업이 은행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혜택을 많이 받기 위해선 거래를 한두개 은행으로 집중해 실적을 늘리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대출 확대=하나은행은 TFT LCD, 조선, 석유화학, 해운업 관련 중소기업은 신용도가 다소 낮더라도 적극 대출한다는 전략이다. 이들 기업에 올해 1조2천억원의 대출금액을 책정했다. 또 지점장이 임의로 내줄 수 있는 우량 중소기업 대출 전결한도를 현행 2억~5억원에서 최고 1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외환은행도 이달 말까지 1조5천억원의 우량 중소기업 특별지원 펀드를 설정하기로 했다. 이 펀드를 통해 대출받으면 일반대출보다 1~2%포인트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신상품 개발=한미은행은 최근 시중 실세금리가 오르고 있는 데 맞춰 중소기업이 기존의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전환할 수 있는 신상품을 개발해 2월 중순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일반대출은 현행대로 운용하되 중소기업의 외상매출금 등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매출채권 담보대출(ABL)'을 적극 늘리기로 했다. 신용도가 낮아 대출을 못받는 기업은 보험사와 연계해 보험사가 일부 보증을 서고 은행이 대출하는 복합상품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혜택 확대=우리은행은 우량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금리 할인폭을 현행 0.5%포인트에서 1%포인트로 늘리기로 했다.

지금은 우량 기업이나 비우량 기업 구분 없이 거래실적이나 은행 수익에 미친 기여도에 따라 똑같은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이를 차등화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또 대출심사도 본점까지 가지 않고 지역본부에서 끝낼 수 있도록 간소화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우량 중소기업의 경우 사전에 정한 한도 안에서 아무 때나 돈을 꺼내 쓸 수 있는 사전 신용한도제를 전 업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제일은행은 올해 소기업영업본부를 신설해 잠재력 있는 창업기업이나 소기업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다.

정경민.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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