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하루만에 4위가 3위 됐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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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9일 오전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서 전화가 걸려 왔다. 전날 끝난 2003~2004 아시아리그에서 한라 위니아의 순위가 "알고보니 4위가 아니라 3위더라"는 통보였다. 전날 "4위를 했다"고 알려와 이미 국내에선 그렇게 보도가 나간 뒤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라(6승10패)와 일본 오지제지(5승2무9패)는 이번 대회에서 나란히 승점 12점을 얻었다.

협회는 승점이 같을 때 양팀 간의 맞대결 성적을 따지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 규정만 생각하고 한라(1승3패)를 4위로 공식 발표한 거였다.

그러나 이 대회는 처음부터 규정이 달랐다. '다승팀에 높은 순위를 준다'는 일본아이스하키연맹의 방식을 적용키로 한 대회였다. 공동 주최국인 우리 쪽에서 이를 까맣게 몰랐던 것이다.

협회 측은 "규정을 세밀히 따져보지 않았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그러나 기자들이 "승점이 같을 때는 어떻게 되느냐"고 수차 물을 때도 아무도 일본 측에 확인을 해보지 않았던 협회다.

그리고 4개 일본팀 틈에서 열심히 뛰어 3등을 한 우리 팀의 순위를 오히려 깎아내렸다. 더욱이 순위 정정도 국내 보도를 보고 "잘못됐다"고 알려준 일본측 때문에 이뤄졌다.

이번 대회는 한국 스포츠 사상 처음 일본과 아이스하키 단일 리그전을 벌인 의미있는 대회였다. 내년에는 중국이 출전할 전망이고, 리그 측에선 북한의 참가도 권유하고 있는 미래의 빅게임이다.

겨울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뛰고 있는 나라가 그 한 종목인 아이스하키 국제대회를 규정조차 모르고 치렀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한심한 일이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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