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관계없이 남북 정상회담/김 대통령 취임 1주년 회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경제공동개발도 제의/“물가불안 죄송” 대국민사과/내각제 전혀 고려안해/언제든 여야 영수회담
김영삼대통령은 25일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김일성 북한 주석과의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한뒤 『남북간에 논의되고 있는 특사교환은 정상회담을 하자는 것이 전제로 북한이 먼저 제안한 일』이라고 지적,북한의 핵투명성이 보장되기 전이라도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관계기사 3,4면>
김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선 핵포기·후 정상회담 입장을 견지했으나 이날 조건없는 정상회담으로 방향을 선회해 주목을 끌고 있다.
김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핵문제뿐만 아니라 남북 공존공영·경제협력·통일 등 모든 문제를 깊이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대화의 길을 선택한다면 우리의 자본·기술을 토대로 제조업·농업·건설 에너지분야에서 남북경제 공동개발을 서두를 용의가 있다』고 제의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없지만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도 분명하다』고 말하고 『한미간 사전·사후 협의가 충실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에 대해 『현재 우리 정부는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구매할 계획이 전혀 없으며 이 미사일은 방어용이므로 북한도 신경을 쓸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팀스피리트훈련에 대한 질문에 김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게 하고,남북대화에 도움이 되도록 훈련을 유보하고 있고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면 한국정부가 조건을 붙여 중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내각제는 분단상황의 우리나라 현실속에서 불행한 일이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정계개편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인위적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여야 영수회담에 대해 『야당 대표와 만나는 것에 인색하지 않겠으며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만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물가인상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뒤 『물가상승을 억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며 국민도 매점매석과 과소비를 자제하는 등 힘을 모아주어야 한다』면서 『땅값·금리·임금문제는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절대 적당히 넘어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김현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