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32억 나누기 '友情 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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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당첨금을 나눠갖겠다는 각서를 쓰고 산 로또복권이 당첨됐는데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될까.

실제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법원이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기도 양주군 정모씨 부부와 의정부시 민모(여)씨 등 3명은 지난해 11월 친구 朴모씨와 남편 金모씨를 상대로 "로또복권 1등 당첨금 32억8천만원을 4분의 1씩 똑같이 나눠달라"는 조정신청을 법원에 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신청서에 따르면 이들이 로또 복권을 구입한 것은 지난해 5월. 친구 사이였던 정씨 부부와 민씨, 朴씨는 정씨 집에서 '당첨될 경우 당첨금을 4등분해 갖는다'는 각서를 쓰고 탁구공 45개를 이용해 번호를 정한 뒤 23회차 로또복권을 2만원어치씩 구입했다.

추첨 결과 朴씨가 구입한 로또 복권이 1등에 당첨됐고, 朴씨는 세금 등을 제외한 32억8천만원을 남편 명의로 지급받았다.

朴씨의 당첨 사실을 알게 된 정씨 부부는 약속대로 당첨금을 나눠줄 것을 요구했으나 朴씨는 정씨 부부가 당장 필요하다고 한 2억원만 주었다고 한다.

이후에도 정씨 부부와 민씨가 약속했던 돈을 나눠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朴씨는 "당첨된 복권은 남편이 따로 구입한 것"이라며 "2억원도 '빌려준 돈'이니 차용증을 달라"고 되받아쳤다.

이에 대해 정씨 측은 "당첨된 복권은 나눠 갖기로 했던 복권이 분명하며 설령 따로 구입한 것이라 해도 함께 정한 번호를 이용해 산 것이기에 당첨금을 나눠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복권에 당첨되기 전 파출부 생활을 하던 朴씨는 전화 요금을 내지 못해 집 전화가 끊기는 등 어렵게 살아왔다고 한다.

결국 로또복권이 이들을 갈라 놓은 셈이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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