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00명 경제학자들의 외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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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의 경제.경영분야 교수 4백여명이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공동 서명한 성명서에서 "정부의 경제리더십 부재와 기업가 정신의 추락으로 한국 경제는 흥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하면서 정책의 일관성과 노사관계 안정 등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내로라하는 원로.중견 경제학자들이 이렇듯 대규모로 행동에 나선 것은 국내에서는 전례없는 일로, 우리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처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경고는 이미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 우리의 이런 현실이 오죽 답답했으면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학자들이 집단으로 '이제는 경제 좀 챙기자'고 울부짖고 나섰을까. "졸업하고도 일자리가 없어 놀고 있는 제자들을 보면 기가 막히다"는 노교수들의 탄식에는 절박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경제학자들은 최우선 해결 과제로 정부의 리더십과 정책의 일관성을 들었다. 이 지적 역시 수없이 많이 나왔다. 문제는 정부가 움직여주지 않는 데 있다. 특히 대통령부터 이를 실행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마음을 열고 이들의 고언(苦言)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더 이상 이런 지적에 못마땅해하지 말고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받아들여야 한다. 盧대통령은 어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믿고 투자하라. 최선의 서비스를 다하겠다"고 당부하면서도 정작 정책의 불투명성에 대한 지적에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불투명한 정책은 없다"는 연두 회견 때의 불만을 되풀이했다.

왜 이런 인식의 차이가 있는가. 기업현장과 학계에서는 이 정부와 대통령의 정책에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 당사자는 문제가 없다니 이런 평행선에서 무슨 해답이 나오겠는가. 盧대통령의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인식은 그대로인 채 불러서 좋은 말 한마디 하고 밥 한끼 같이 먹는다고 기업인의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살고,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