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외환은행 인수 협상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영국계의 세계적 투자은행인 HSBC가 외환은행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HSBC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지분 51.02%를 보유하고 있다.

 개리스 휴이트 HSBC 대변인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지분을 인수하더라도 외환은행의 상호와 증시 상장은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라며 “(특히 지분 인수 협상에서) 외환은행 직원의 고용 보장을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권에선 HSBC가 자발적으로 협상 사실을 인정하는 보도자료를 낸 데다 상호 유지, 고용까지 언급한 점에 미뤄 론스타와의 협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7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텔레그래프가 협상 사실을 보도했을 때만 해도 HSBC는 관련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하지만 HSBC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외환은행 재매각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과 관련한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매각 승인을 미룰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HSBC도 자료에서 “협상은 한국 정부의 승인을 얻는다는 조건하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더라도 HSBC 측이 론스타로 하여금 한국 정부의 승인을 얻어내는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씨티은행에 이어 세계 2위 은행인 HSBC는 과거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인수전에도 뛰어든 바 있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