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가족 일 대신한 중환자실 간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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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아내가 뜻밖의 뇌출혈로 쓰러져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로 들어간 지 어언 두달이 넘었다. 정말 날벼락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내는 전혀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어쩌다 눈만 겨우 떴다가 감곤 하는 것이 고작이다. 게다가 가끔 열도 오르고, 콧구멍을 통해 그나마 겨우 섭취하고 있는 미음을 자주 토하기도 한다. 또한 수시로 짙은 가래를 호스로 제거할 때마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지켜보는 보호자 역시 괴롭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도 불철주야 보호자를 대신해 열심히 일하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노고 덕분에 나는 희망을 잃지 않고 견딜 수 있다. 일이 고되다 보니 환자와 보호자에게 늘 웃음을 잃지 않고 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 아내가 입원해 있는 한양대 구리병원 중환자실의 김영희.노우진 간호사는 투철한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환자들을 돌봐 가뜩이나 불안하고 지친 보호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 두분 덕에 생사의 기로에 있는 환자를 병원에 맡겨둔 채 집에서 잠을 잘 수 있다. 나의 고마운 마음을 꼭 전하고 싶다.

이대호.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