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결과 공개 고민 왜 하나/신동재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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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감사원이 최근 몇가지 굵직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올들어 팔당상수원 오염실태·경부고속철도사업·대학병원의 X­레이 문제에 이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성금유용건을 터뜨렸다.
이것 말고도 정부기관의 연도말 예산남용실태 등 국민적 관심과 공분을 일으킬 사안이 여러건 남아있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감사원은 고민이 생겼다. 감사결과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점이다.
팔당상수원 오염방치사건은 정부의 「맑은물 대책」이 「공염불」임을 입증했고,이번 성금유용사건은 『아직도 일선에서는 정신나간 기관장들이 많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아무리 사정을 떠들어도 우리 공무원들은 할 수 없구나』라는 탄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런중에서도 감사원이 뒤늦게나마 파헤친데는 일말의 안도감이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당하는 쪽의 반응은 정반대다. 피감기관에서는 감사원이 지적사항을 과대포장해 「언론플레이」한다고 공격하고 있다. 또 『공문을 통해 지적하면 그만이지 꼭 언론에 발표부터 해야 하느냐』는 불평이다.
같은 정부기관끼리 조용하게 시정하면 될 일을 왜 국민에게까지 알려 문제를 만드느냐는 시각이다. 해당부처나 여권 등 정치권에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하필 대통령 취임 1주년(25일)을 앞둔데다 임시국회중에 이같은 결과를 발표하느냐』는 불만도 제기됐다.
감사원 일부에서도 최근 감사결과가 예상외의 파장을 일으키자 결과발표에 신중을 기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많은 간부들은 다른기관이나 정치권의 곱지 않은 시선에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가 어떻게 쓰이는지 납세자가 알아야 한다는 면에서 공개주장이 강하기는 하지만 전보다 목소리가 약해 있다. 이번 기부금 감사결과도 이같은 내부논란이 있어 발표시기가 늦어졌다.
그러나 감사원이 명심할게 하나 있다. 세금을 낸 국민은 자기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가를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정부안에서 「주물럭주물럭」해서 적당히 넘기자는 얘기는 나쁜 짓을 계속하겠다는 얘기다.
최근 오사카 시민들이 시장을 상대로 2백만엔의 판공비 사용 내용을 밝히라고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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