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씨 옷에 왜 핏자국 없었나/의문점 투성이 「탁씨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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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속초에 갔다는 주장 입증못해/이름적힌 달력 사용 석연찮아
탁명환씨 살해사건과 관련,범인 임홍천씨와 증거인멸 혐의를 받고 있는 조종삼목사 등 2명이 구속됨에 따라 경찰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경찰은 임씨 진술에 일관성이 있어 진범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보고 있으나 단독범으로 보기엔 범행동기와 정황에 의문점이 많이 남아있다.
◇수사=경찰은 현장에 남겨진 쇠파이프를 감싼 달력에 적힌 대성교회 직원 12명의 이름을 토대로 임씨로부터 범행을 자백받았다.
임씨는 자신이 속한 대성교회를 이단으로 몰아온 탁씨에 대한 반감으로 살해했을뿐 다른 사람과 사전공모하거나 사주를 받지 않은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정옥 수사본부장은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교회 직원들의 진술 및 확보된 증거를 종합해 볼 때 임씨가 범인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경찰이 확보한 증거는 쇠파이프·달력종이 및 범행에 사용한 승용차 등이며 직접 증거물인 등산용 칼과 쇠파이프를 자르고 남은 도박부문 등은 찾지 못했다.
이중 승용차 룸미러에서 발견된 혈흔과 쇠파이프를 자르고 다듬는데 사용한 그라인더에서 수거한 쇳가루,범행당시 입고 있던 옷 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이밖에 범행 하루전인 17일 저녁 탁씨의 행적에 대한 진술이 비교적 소상하고 연구소를 나선 시각과 아파트에 도착한 시각이 가족들의 증언과 일치,미행 및 사전답사한 사실은 틀림없다고 보고 있다.
◇풀어야 할 문제=가장 큰 의문점은 범행동기가 살인을 할 정도로 뚜렷하지 않고 하필이면 자신의 이름이 적힌 달력종이로 쇠파이프를 감쌌느냐는 것이다.
임씨는 『뒷면에 직원들의 이름이 적힌 사실을 깜빡 잊었으며 범행 당시 경황이 없어 현장에 쇠파이프를 버리고 달아났다』고 말하고 있으나 상식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또한 범행 당시 임씨가 입고 있던 옷에서 뚜렷한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의문으로 제기되고 있다.
상·하의 모두 육안으로 보기에 핏자국이 없었으며 임씨도 연행되기 직전 교회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계속 이 옷을 입고 있었다는 것이다.
임씨는 『피가 많이 나지 않아 이상스러웠다』고 말하고 있으나 현장에는 아파트 복도벽에까지 핏자국이 튀어 있었다.
범행직후 속초로 갔다 다음날 오후 서울로 돌아와 집사의 집을 방문했으며 8시쯤 동료직원 송모씨(29)를 만난뒤 자정이 넘어 교회로 돌아왔다가 연행된 것으로 돼있는 임씨의 범행후 행적도 아리송하다.
속초에 갔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데다 10시간동안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는지도 분명하지 않고 스스로 경찰에 잡히다시피 한 점도 수긍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임씨가 교회 관계자들과 수습책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고,알리바이를 조작하는 등 말을 맞춘 다음 경찰이 기다리고 있는 교회로 돌아왔을 것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이번 사건에 공범이나 배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는 이유도 바로 이같은 점 때문이다. 자칫 미궁에 빠질 우려가 큰 탁씨 피살사건이 의외로 빨리 해결돼가고 있지만 이번 사건에 풀리지 않은 부분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게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시각이다.<예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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