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본파리>8.도심속의 녹지 불로뉴 숲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불로뉴 숲(Bois de Boulogne)이 있어 파리는 더욱 파리답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선문 뒤편에서 시작해 파리시 북서쪽으로 센江까지 이어져 있는 이 거대한 녹지공간에 들어서면 원래 파리는 수목이 울창한 삼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갖게 된다.
그러나 불로뉴 숲은 19세기중엽에 마련된 파리시 도시계획에 따라 1852년부터 14년간에 걸친 작업끝에 조성된 인공공원일뿐이다.원래가 평지인 파리에 시민들을 위한 본격 휴식공간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8백46㏊에 달하는 넓은 땅에 42만그루의 나무를 심고,17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연못을 팠다.연못과 연못사이로 10㎞의 개울을 냈고,또 22㎞의 산책로를 포함해 총95㎞에 달하는 길을 뚫었다.
파리에는 불로뉴 숲 말고도 뱅센느 숲(Bois de Vincennes)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녹지공간이 있다.면적은 9백95㏊로 불로뉴 숲보다 오히려 넓다.이 두개의 숲이 파리시 전체면적의 21.2%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계획이 시행된 이후 파리시는 빈 땅이 있으면 파크(parc)나 자르댕(jardin)이라고 부르는 크고 작은 공원을 만드는데 최우선을 둬왔다.그 결과 현재 파리시내에는 모두 3백94개의 파크와 자르댕이 있다.두개의 큰 숲과 이 공원들 전체를합한 면적이 2천6백43㏊로 파리시 총면적의 30.4%에 달한다.파리의 인구 1인당 녹지면적은 12평방m로 빈(25평방m)이나 베를린(13평방m)에는 뒤지지만 런던(9평방m)이나 로마(9평방m)보다는 높다.
불로뉴 숲은 밤낮으로 주인이 바뀐다.낮에는 가족들의 건전한 휴식처지만 밤이 되면 밀회를 즐기는 연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또 얼마전까지만 해도 밤의 불로뉴 숲은 몸파는 여인들의 천국이었다.에이즈문제가 워낙 심각해지면서 재작년부터 야간에는 차량진입을 금지하는 조치가 취해진 이후 숲속의 매춘행위는 거의 사라졌다.하지만 지금도 불로뉴 숲을 보살피는 80여명의 청소부들이 매일아침 수거하는 쓰레기의 대종을 이루는 것은 밤새 숲 곳곳에 버려진 콘돔과 휴지들이다.
시민들의 건강한 휴식처인 동시에 젊음의 자연스런 배설구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불로뉴 숲은 그래서 파리를 더욱 파리답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裵明福 前파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