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투표율 2002 대선과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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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박근혜 후보 진영은 19일 오후 8시 중앙선관위의 종료 호루라기가 울릴 때까지 사력을 다했다. 피 말리는 격전이었다.

양 진영은 특히 전체 선거인단의 60%를 차지하는 '당원(30%)+국민선거인단(30%)'의 투표율이 승패를 가를 관건이라고 보고 투표율 높이기에 사활을 건 총력전을 벌였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오전 용산빌딩 캠프에서 투표 상황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는 "지금은 표 얻는 게 제일 중요한 것"이라며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이에 앞서 김덕룡 공동 선대위원장과 이재오 최고위원은 이른 아침부터 캠프에 나와 투표율 올리기에 열을 올렸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강세 지역으로 알려진 경기.호남 지역의 투표율이 이날 오후까지 저조한 것으로 나오자 해당 당협위원장과 직접 연락해 "투표율을 높이라"고 지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지금은 강세 지역의 투표율을 올리는 게 급선무"라며 "가능한 조직을 다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캠프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박 후보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 부산.경북의 투표율이 높고 열세지역인 호남의 투표율이 낮자 상당히 고무됐다. 하지만 이 후보가 앞서는 서울의 투표율이 높고 전략지역인 대구.충청이 경북의 투표율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보고를 받고는 비상이 걸렸다.

최경환 캠프 상황실장은 대구 지역 책임자에게 "빨리 투표 독려에 나서라"고 전화를 하기도 했다. 캠프 핵심 인사인 유승민 정책총괄단장과 김재원 대변인은 지역구인 대구 동구와 경북 의성에 상주하면서 현장을 지휘했다.

양 캠프는 투표율에 대해 대체로 만족스러워했다. 오후 8시 마감 결과 전국 평균 투표율(잠정)은 70.8%. 특히 경북이 90.2%를 기록해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광주가 46%로 가장 낮았다. 박 후보의 우세 지역으로 꼽히는 경북을 비롯, 대구(79%).충북(74%)이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또 이 후보의 강세 지역인 서울(69.9%)도 전국 평균 투표율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대선 때의 투표율(70.8%)과 같았고 2004년 총선 투표율(60.6%)보다 높은 수치다. 당 관계자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정권 교체 열망이 강한 데다 치열한 '빅2 혈전'이 경선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경선 막판 검찰이 '도곡동 땅은 제3자 소유'라고 발표하는 등 검풍 논란이 인 것도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낸 요인이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후보 측으로 기울었던 판세가 혼전으로 접어들어 선거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는 분석이다. 투표율을 둘러싸고 양 캠프는 각각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해석하며 승리를 기대했다.

이 후보 캠프에선 투표율이 70%를 넘을 경우 승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진수희 대변인은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10% 이상 앞선다는 게 기정사실"이라며 "투표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여론조사 반영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박 캠프의 이혜훈 대변인은 "당원과 국민선거인단이 예상 밖으로 많이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우리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당원.국민선거인단의 투표율이 높아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 "정권 교체 열망 표출"=당 선관위 대변인인 최구식 의원은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단지 조직 동원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원과 국민의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용호.고정애 기자<novae@joongang.co.kr>

사진=조용철.오종택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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