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개혁1년>2.공직이용한 부축적 철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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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金泳三대통령이 취임초『재임중 한푼의 정치자금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과 함께 재산공개를 단행한 이래 개혁회오리는 지난1년 내내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몰아쳤다.
대통령의 솔선수범으로 지펴진 정치개혁의 열기는 두차례의 재산공개파동과 금융실명제 전격 실시로 이어졌다.국회의장.대법원장을비롯,재산관련 물의를 빚은 숱한 의원.장관.고위공직자가 줄줄이일선에서 물러났다.
공직자의 떳떳하지 못한 富에 철퇴가 가해졌고 돈정치가 도마위에 올라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지축을 흔들어놓았다.비록 지난 해補選의 여전한 혼탁상,정기국회의 예산안 날치기파동및 돈봉투사건으로 다소 빛이 바랜 측면이 없지는 않다.그러나 이같은 일련의정치개혁 작업은 깨끗한 정치풍토 조성 기반구축에 기여할 것으로평가되고 있다.
司正의 충격요법에 이은 공직자윤리법 제정과 실명제 실시로 최소한 공직을 이용한 富 축적의 길은 봉쇄됐으며 검은 돈이 오가는 政經유착의 고리도 상당부분 차단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에도 깨끗한 정치풍토가 뿌리내리고 선진 정치문화가 실현되는 길이 선명히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정치개혁의 목표는 있으나 개혁의 주체가 사실상 金대통령 1人이고 여야 정치권의 거의 모두는 방관 또는 체념하고 있기 때문이다.심지어『자기도 다 해놓고 이제와서 혼자 독야청청했던 것처럼…』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金대통령은 지난 1년내내 정치개혁을 입버릇처럼 되뇌며『정치가제일 안바뀌고 있다』고 누차 질책했다.그는 미국식 모델이니 영국식 모델이니 예를 들어가면서까지 돈안드는 선거를 강조하고 제도개선을 재촉했다.지난15일 民自黨 창당4주년 기념식 치사에서도『정치 수준이 달라지지 않고는,정치권이 거듭나지 않고는 진정한 국가경쟁력을 늘려나갈 수 없다』면서 강도높은 정치개혁을 주문했다. 金泳三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중에 통합선거법등 정치개혁법이 마무리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정치개혁을 실천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개혁의 방향이 바람직하게 잡힌 것이긴 하나 너무 현실 여건을 도외시한채 이상만을 추구한 인상이어서 실천성에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또 金대통령의 지나친 도덕성 강조속에 下向式 독주로 개혁을 추진,함께하는 개혁이 안되고 있 는 것도 문제점이다.
그 결과 정치가 실종상태에 빠져『전시개혁』(李基澤民主黨대표 18일 국회연설)이니 新권위주의니 人治니 하는 비판이 뒤따르고있다. 진정한 정치개혁을 위해선 각 정당이 당내 민주화부터 실현해야 한다는 지적이 더욱 설득력 있게 제기되는 까닭이다.
정치개혁뿐 아니라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행정개혁 작업도 다각적으로 추진돼 왔다.
작은 정부를 향한 정부조직 개편은 문화부와 체육부,상공부와 동자부의 통폐합을 비롯해 최근 경제기획원에서부터 시작된 부처별직제축소 작업으로 이어졌으나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국제화.지방화및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시대적 추세와 목표에 걸맞은정부조직의 재검토 필요성이 관료체제의 벽에 부닥쳐 미조정에 끝났거나 그런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의 大選공약이 관료조직의 두꺼운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金대통령은 행정규제완화.서비스化등 외형적인 제도 개선에도 불구,공무원들의 伏地不動풍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개혁이 벽에 부닥치는 듯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許南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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