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간다더니 … 열린우리, 4년도 못 버티고 문 닫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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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이 1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대통합민주신당과의 합당을 최종 결정한다. 한나라당은 다음 날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을 치르지만 '100년 정당'을 표방했던 열린우리당은 3년9개월 만에 당 간판을 내리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20일 민주신당과 합당할 예정이다. 민주신당은 17일 합당 이후 사용할 새 당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선 주자들이 여의도 국회 주변 건물에 캠프 사무실을 많이 내는 바람에 마땅한 공간이 없어 국회와 가까운 영등포구 당산동의 7층 건물을 임대해 사용키로 했다. 임대료는 보증금 4억원에 월 3700만원이다.

합당 날짜를 20일로 잡은 덕택에 국고보조금 6억원을 더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열린우리당과 민주신당은 14일 3분기 국고보조금으로 각각 19억6900만원, 15억4600만원을 지급받았다. 지급일 이전에 합당했을 경우보다 6억원가량을 더 받은 셈이다. 거꾸로 보면 한나라당이 그만큼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열린우리당의 자산.부채는 민주신당으로 승계된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부채는 없고, 지금 갖고 있는 현금과 국고보조금에서 18일 전대 비용 2억원가량을 빼면 20억원가량이 남는다"고 말했다.

최근 창당 과정에서 쓴 비용과 당사 임대료 등을 빼더라도 민주신당은 30억원 안팎의 여유자금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돈 때문에 당 운영을 걱정할 상황은 아닌 것이다.

국회의원 143명을 확보해 원내 1당이 되는 민주신당은 4분기 보조금으로도 29억2000여만원을 받을 전망이다. 한나라당(28억1000여만원)보다 더 많은 돈이다. 11월 말 대선후보 등록을 마치면 선거보조금 116억여원을 다시 받는다.

그렇지만 민주신당 측은 9월 초 예비경선에 이어 10월 중순까지 전국을 돌며 치르는 경선 비용 50억원을 조달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한편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17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오늘이 마지막 공식 회의인데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는 여성 당직자들이 울먹이는 등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정 의장은 "국민에게 신뢰를 드리지 못한 것은 열린우리당의 큰 과오였고, 국민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뼈저리게 반성한다"며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정 의장과 당직자들은 "성원에 보답하지 못하고 간판을 내리는 데 대해 당원과 국민께 죄송하다"며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김성탁.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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