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사과하라" "이명박 사퇴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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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투표를 코앞에 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전이 극도의 혼돈에 빠져 들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재산 문제'에 대한 검찰의 추가 수사발표 여부가 한나라당 경선전의 최대 지뢰밭이 됐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가 "(이 후보 측이 검찰 수사를 계속 비난하면) 관련자 진술 등을 추가로 공개할 수 있다"고 밝혀, 검찰이 발표할 수 있다는 수사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선 "8.19 경선이 결국 검찰의 칼끝에 놀아나게 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측과 검찰은 16일 도곡동 땅 차명 의혹을 놓고 다시 한번 격돌했다.

이명박 후보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찰은 협박할 게 아니라 즉각 다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도곡동 땅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내 땅이 아니다"며 "수사가 종결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조기 발표토록 압력을 넣은 사람, 언론에 헛된 정보를 흘려 다수 검찰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박 후보 측이 정권의 공작에 편승해 경선을 무산시키려 하고 있다"며 "사과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캠프의 이재오 당 최고위원은 박 후보 측을 향해 "경선을 하자는 것이냐, 쿠데타를 하자는 것이냐. 경선 결과에 승복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 경선 전에 탈당을 하겠다는 것이냐"고 공격했다. 또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우리 캠프가 중대결단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캠프의 홍사덕 선대위원장은 "이 후보는 도곡동 땅 위기를 넘겨도 'BBK 사기 사건' '산악회 불법 사전선거운동' 때문에 후보로서 법적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이 크고, 한나라당은 후보를 내지 못하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며 "'하늘이 두 쪽 나도'라는 식으로 국민을 속이려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박 캠프의 최경환 종합상황실장은 "검찰이 수사결과를 추가 공개하지 않으면 어떤 경우라도 정치검찰의 오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면서 "도곡동 땅이 사실상 이 후보 소유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은 "검찰의 수사발표가 결국 경선 결과를 뒤집을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TV 토론서 BBK 격돌=두 후보는 이날 밤 KBS의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이명박 필승론'과 '이명박 필패론'으로 첨예하게 맞섰다.

이 후보는 "세계적으로 잘나가는 나라는 모두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경제 지도자가 이끌고 있다. 특히 경험이 중요하다"고 자신의 본선 경쟁력을 내세웠다.

박 후보는 "이 후보는 경제 지도자를 주장하지만, 본인이 차린 회사는 1년 만에 망했다. 동업한 김경준씨 주장대로라면 투자자들에게 피눈물을 흘리게 한 주가 조작 사건을 일으켰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는 "사실과 다르다. 박 후보만 저에 대해 그렇게 평가한다"면서 "김경준은 반드시 국내에 들어와 국내법에 따른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상연 기자<choisy@joongang.co.kr>

사진=조용철.오종택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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