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장 속 증권사 센터장들의 전망, 진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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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전망이 무의미하다.”

삼성증권 정영완 투자전략센터장의 시장에 대한 평가다. 16일 그간 심리적 지지선이라고 여겨졌던 1800선이 개장과 함께 무너진 것은 물론 1700선도 힘없이 붕괴됐다. 길게는 20여 년을 시장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이지만 이날 낙폭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지금은 합리적인 투자판단은 사라지고 심리적 또는 단지 유동성 확보를 위한 비이성적 매매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어디까지 밀려날까 = 증권사 센터장 중에서는 예측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1600~1670선을 단기 지지선으로 꼽았다. 정 센터장은 “공황상태에 근거한 과매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지지선 설정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심정적으로 이날 급락을 3차 투매(1일 76.82포인트, 10일 80.19포인트 하락)로 볼 수 있어 가격 조정은 대충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조홍래 센터장은 “주요 지지선이 무너진 상태이지만 굳이 꼽으라면 현재 120일 이동평균선인 1650선을 꼽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서브프라임 위기 자체는 수개월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3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10월 전에는 예전과 같은 본격적인 재상승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CJ투자증권 조익재 리서치센터장 미국 금융정책 당국의 발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발 신용경색의 원인이 주택가격 하락에 있는 만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표적 수단이 금리인하”라며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으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인하를 시사하는 시점이 단기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가 아닌 자산운용사쪽에서는 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발 신용경색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조정국면은 좀 더 길어질 것”이라며 “최근 지수를 진정한 바닥으로 보고 급락 이후 급등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투자자들 사이에 위험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려는 성향이 짙어졌다는 점에서 코스피지수는 1600선까지도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투매는 안 된다. 인내하라” = 전문가들은 그러나“투매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의 주가급락은 실제 기업실적이 나빠져서 생긴 것이 아니라 금융시스템 불안에 따른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리서치센터장은 “아직까지는 2003년 이후 5년간 지속됐던 장기 상승 추세를 훼손할 정도의 조정은 예상하지 않고 있다”며 “단기적으로도 추가 조정의 가능성이 적은 만큼 투매에 동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SK증권 전우종 리서치센터장도 “지금부터는 투매가 아니라 인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장기투자자라면 금융시스템 불안정에 따른 위험을 기회로 보고 분할 매수에 나서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투자증권 조 센터장은 ‘떨어지는 칼을 잡지 말라’는 격언을 언급했다. 그는 “섣부른 매수세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위험할 수 있다”며 “지수가 반등할 때는 그 동안 실적이 좋았던 곳을 중심으로 매수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저점매수의 기회이기 때문에 조금씩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나대투증권의 김영익 센터장은 “올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10~20% 가량의 조정은 있을 수 있다”며 “미국 증시가 안정을 되찾아 갈 것으로 보여 서서히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급락장을 활용해 서서히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정보기술(IT) 종목에 가장 관심이 간다”고 덧붙였다.

최준호ㆍ고란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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